지진 참사 아이티서 8일간 의료봉사한 최순자·백명숙씨
체류기간동안 1,500여 환자 돌봐
“지진 현장을 지나가는데 한번은 어느 건물에서 2명의 남자와 1명의 여자가 채 빠져나오지 못하고 무너진 건물에 하반신이 깔린 채 죽은 모습을 봤습니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그 시체를 개들이 다 뜯어 먹어버려서 얼굴 쪽엔 해골만 남아 있더군요.”
대지진으로 엄청난 재산, 인명피해를 입은 아이티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직접 현장으로 달려갔던 시카고 한인들이 8일간의 의료구호활동을 마치고 시카고로 돌아왔다. 시카고에 미주본부가 있는 맘선교회(Messenger of Mercy)설립자이자 소아과전문의인 최순자씨와 간호사 백명숙씨는 지난 20~27일 전국에서 모여든 총 12명의 의사, 약사, 간호사들과 팀을 이뤄 아이티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쳤다. 애초 시카고에선 신 다니엘 내과 전문의가 20일 함께 떠날 예정이었으나 그는 지난 25일 도착해 아직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최순자씨와 백명숙씨를 포함한 의료봉사팀은 7~8시간에 달하는 비행 끝에 도미니카 공화국에 도착,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8시간가량 달린 후 마침내 목적지인 아이티의 태브레(Tabarre) 지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의료진이 도착하자마자 접했던 지진 현장은 한마디로 처참, 충격 그 자체였다. 이미 전 세계서 모여든 구호 팀들이 임시로 지어놓은 10여개의 병원엔 팔다리가 모두 잘린 환자, 얼굴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환자, 온 몸에 붕대를 감아 놓아 어디를 다쳤는지 조차 알기 어려운 환자가 즐비했고 길거리엔 무너진 건물들, 집들, 채 치우지 못한 시신들, 그리고 먹을 것을 찾느라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는 주민들로 북적거렸다.
의료봉사팀이 도착했을 무렵 다행히 응급 환자들을 위한 수술은 어느 정도 마무리 됐거나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의료봉사팀은 수술보단 2차 치료, 그리고 일반 환자들을 돌보는데 치중했다. 수술을 받은 이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주사를 놓고 약을 발라주고 붕대를 다시 감아주었다. 의료봉사팀이 집중적으로 환자를 돌본 곳은 태브레와 그 인근 도시인 시티콜레 등이었다. 특히 시티콜레의 경우 인구가 20여만명인데 시민 대부분이 빈민층이어서 지진으로 다친 이들은 물론 피부병, 전염병, 영양결핍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특히 많았다. 또한 먹을 것이 너무 없어 흙으로 만든 빵 하나를 갖고도 서로 먹겠다고 다투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지진 때문에 부모가 다 목숨을 잃어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아이들을 돌보는 것도 당연히 의료봉사팀의 몫이었다. 생후 1~2개월이 채 안된 고아들도 상당수였기 때문에 의료봉사팀은 우유를 구해와 아기들에게 먹이는 한편 질병에 걸릴지 않도록 일일이 주사를 놓고 약을 먹였다. 아이티에서 머무는 동안 12명의 의료봉사팀이 치료한 환자들의 숫자는 대략 1,500여명. 치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오후 4시이후에는 환자들을 볼 수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의 환자들을 돌본 셈이다. 특히 이들 의료봉사팀은 항공료에서부터 체재비 등에 이르기까지 총 1,400~1,500달러가량 되는 경비를 자비로 감당해 더욱 귀감이 되고 있다.
최순자씨는 “비록 먼 나라에서 발생한 일이지만 아이티 주민들이 굶주림, 가난, 가족과 형제를 잃은 슬픔 등으로 고통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그냥 있을 수 없었다. 이것저것 계산할 겨를 도 없이 그저 이재민들을 도와겠다는 일념 하에 본능적으로 아아티를 향해 출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맘선교회에선 오는 2월말까지 의료봉사팀을 추가로 구성, 아이티로 계속 파견할 계획이다. 세상을 둘러보면 남을 위해 가진 것을 내놓는 ‘따뜻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고 덧붙였다. 백명숙씨는 “아이티에 머무는 것이 편하지만은 않았지만 지진 때문에 다친 사람들, 부모형제를 잃은 이재민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앞으로 더욱 많은 한인들이 주변의 고통 받고 어려운 이들을 돕는데 관심을 갖게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박웅진 기자>
사진: 소아과전문의 최순자씨가 아기 환자에게 주사를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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