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거의 쓰지 못하고 읽기만 하는 삶을 오래 살았다. 끝난 줄 알았다.
어느날 시가 익숙하고 편한 목화솜 옷과 도수 새로 맞춘 안경을 찾아들고 나에게로 달려왔다.
시가 몸의 눈을 뜨게 하여 새로 태어난 사람이 되었으니 시를 새로 태어난 시로 만들어 갚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년만에 두 번째 시집 ‘거북이와 산다’(서정시학 발행·사진)를 낸 시인 오문강씨가 시집 맨 앞장에 쓴 글이다. 간결하고 명쾌한 이 글처럼 오문강 시인의 시는 거침없는 이야기와 재미있는 풍경들로 가득하다. 가벼우면서도 진지하고, 위트와 페이소스를 동시에 가진 시들은 읽는 사람을 확 끌어당기며 느낌표를 찍게 하는 힘이 있다. 일상을 이처럼 젊고 절제된 언어로 표현한 시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칠순을 바라보는 시인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황동규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우리는 이 시집에서 자신의 삶을 제대로 형상화시키려는 의지와 섬세한 관찰과 상상력의 비상을 함께 볼 수 있는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자칫 지나치기 쉬운 조그만 보물 하나를 찾아냈다는 기쁨이 앞선다”고 쓰고 있다.
평론가 홍신선 시인은 해설에서 “그의 시에는 질척거리는 감정의 찌꺼기들이 없다. 시적 스타일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 정확하다. 또한 위트나 해학 같은 지적 장치들이 시적 긴장을 높여준다. 그의 시에는 늘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썼다.
오 시인은 1986년 현대문학 시 추천으로 등단해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시집 ‘까치와 모국어’가 있다.
문의 (714)998-8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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