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모빌과 2마리의 사냥개, 그리고 5자루의 총기를 소유한 미카엘 칼슨은 군인 출신의 수렵구 관리인이다. 그가 여가시간에 하는 중요한 두 가지는 무스 사냥, 그리고 다른 아빠들과 아기의 변 가리기 훈련법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일이다. 2개월짜리 아기를 익숙하게 어르는 그는 육아휴가(Paternity Leave)를 택하지 않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누구나 다 그래요” 첨단을 걷는 스톡홀름에서 북극권 남쪽, 숲이 울창한 이곳 작은 마을 스폴랜드에 이르기까지 스웨덴 전국의 남성들은 육아휴가를 간다. 85%가 아빠의 육아휴가, Daddy Leave를 택한다. 안하면 가족, 친구, 동료의 눈총을 견디기 힘들어진다. 아직도 출산휴가가 ‘쟁취해야할 여성의 권리’로 간주되는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확실히 스웨덴은 미래의 세계다.
스웨덴 남성 85%가 ‘아버지 육아휴가’ 적극 사용
“돈 잘 벌고 애도 잘 본다”가 매력 남성의 새 기준
자녀출산 전부터 8세까지 부부당 13개월 유급휴가 보장
남녀평등 실현에서 출산증가와 이혼감소까지 파급 효과
이 바이킹 후예들의 나라에선 성별 평등 논쟁의 핵심은 남성이다. 꽁지머리의 중도우파 남성 재무장관은 페미니스트를 자처하고 청소도구 광고엔 여성을 주부로 묘사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프리스쿨은 성별에 대한 선입견을 포함한 책들을 가려낸다. 지난 40년간 정파에 관계없이 스웨덴 정부는 여성에겐 직장에서의 평등권을, 남성에겐 가정에서의 평등권을 주기위한 입법을 실현해왔다.
아직도 스웨덴의 엄마들은 아빠들에 비해 자녀들과 보내는 시간이 4배로 많다. 그러나 넉넉한 유급으로 최소 2개월에서 13개월까지의 아버지 육아휴가(9월 선거에서 사회민주당이 승리하면 기간이 2배가 될 것이다)가 입법화되면서 중대한 사회적 변화가 시작되었다.
직장에선 종업원들이 남녀 상관없이 육아휴가 가는 걸 당연시하게 되었으며 육아휴가가, 특히 남성들에게 승진에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유의하고 있다. 아버지의 역할이 변하면서 긍정적인 파급효과도 나타났다. 이혼율이 낮아지고 공동육아 개념이 확산된 것이다.
아마도 가장 놀라운 사회적 현상은 ‘남성다움’에 대한 새로운 정의일 것이다. “많은 남성들이 더 이상 직업에서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벵트 베스터버그는 설명한다. 아버지 육아휴가제는 그가 부총리였던 1995년부터 시행되었다. “이젠 여성들도 남편이 일정시간 아이 돌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거창한 가치관을 내세우는 마초들은 더 이상 ‘매력있는 남성 톱텐 리스트’에 오르지 못한다”고 비르기타 올슨 유럽문제 장관도 말한다. 올슨 장관은 현재 임신8개월인데 아이를 낳으면 법대교수인 남편이 아버지 휴가를 받기로 했다. “이제 남성들은 모든 걸 갖게 되었지요 - 성공적인 직업과 책임있는 아버지”라고 말한 그는 “이것이 보다 전인적이고 건전한, 새로운 남성다움”이라고 덧붙였다.
스폴랜드의 사냥꾼 미카엘 칼슨의 아내인 경찰관 소피아 칼슨도 동의한다. “남편이 어깨엔 라이플을, 등엔 아기를 메고 숲을 누빌 때가 가장 매력적입니다”
1995년 입법화된 ‘아빠 휴가’의 영향력은 시행과 동시에 확산되었다. 아버지 휴가는 의무적은 아니지만 택하지 않으면 한달치 정부 육아보조금을 받지 못한다는 규정이 포함된 것. 얼마안가 10명의 남성 중 8명이 아버지 휴가를 택하게 되었다.
유럽의 인구가 감소하고 노동력 부족이 우려되면서 다른 국가들도 스웨덴식 육아휴가제 도입을 연구하고 있다고 런던대학 피터 모스 교수는 말한다. (상대적으로 세금도 낮고 가정사에 대한 정부개입을 꺼려하는 미국은 그중 하나가 아니다)
포르투갈은 비록 1주일이긴 하지만 의무적인 아버지 육아휴가를 이미 시행 중이고, 아이슬랜드는 아버지 3개월, 어머니 3개월에 더해 추가 3개월의 육아휴가를 허용하고 있다. 작은 나라들만이 아니다. 인구 8,200만명의 독일도 스웨덴식을 변형하여 14개월의 유급 출산휴가 중 2개월을 아버지 휴가로 허용했는데 시행 2년만에 휴가 사용이 3%에서 20%로 급증했다.
스톡홀름의 웹디자이너 클라에스 보크룬트(35)는 19개월짜리 아들 해리를 돌보느라 10개월 휴가를 택했는데 처음엔 겁이 났다고 고백한다. 아기 돌보기는 물론, 요리와 청소 등 모든 집안일이 생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나면서 익숙해졌다. 생각보다 어려운 일도 있고 쉬운 일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건 가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고 아내의 고충을 이해하게 된 점이다.
1995년 이후 스웨덴의 이혼 및 별거율 감소에 대한 원인을 설명해주는 이야기다. 이같은 가족친화적 정치의 가격은 결코 싸지 않다. 스웨덴의 세금은 국내총생산(GDP)의 47%다. 미국의 27%에 비해서는 물론이고 유럽연합 전체 40%에 비해서도 높다. 패밀리 베네핏 예산도 GDP의 3.3%로 덴마크, 프랑스와 함께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부모는 자녀 출산 전부터 8세가 될 때까지 390일간의 유급휴가를, 월 단위나 주 단위, 혹은 1일이나 시간 단위까지로 분할해 원하는 방식대로 쓸 수 있다. 어린이의 풀타임 프리스쿨 비용은 월150달러를 넘지 않으며 육아휴가 기간중 보조금은 월급의 80%, 최고 3,330달러까지 지급된다.
일반 회사들에겐 달갑지 않은 제도이긴 하지만 전국적 추세이니 감수할 수밖에 없다. “요즘 젊은 인재들은 전처럼 높은 보수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직장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중요시 합니다. 우리가 적응해야지요”라고 셀폰 기업 에릭슨의 고란 헨릭슨 인력관리국장은 말한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어린 딸을 등에 업고 애견 보리스와 함께 사냥에 나선 미카엘 칼슨. 경찰관인 그의 아내는 등에는 아기, 어깨엔 총을 메고 사냥하는 남편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아기를 안고 베이비푸드를 사러 나온 프레드릭 프리버그(31). 스톡홀름에 사는 그는 아버지 육아휴가가 “삶의 방향을 바꿀만한 변화”라고 단언한다.
샌드박스에서 두 아들과 함께 놀아주고 있는 클라에스 보크룬트. 스웨덴의 아버지 육아휴가는 ‘남성다움’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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