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체 늘어난 데다 소송서류 자동화 소프트웨어 개발로 급증
연간 8만건 제기하는 법률회사도 있어
“소장에 부정확한 정보 많아” 비판도
연방거래위·주정부 규제안 마련 나서
많은 미국인들이 페이먼트를 제 때 하지 못하면서 채권추심을 전문으로 하는 법률회사들이 제기하는 소송이 갈수록 늘어 법원이 심각한 적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법률회사들 가운데 지난 20년 동안 채권추심만을 전문으로 해 온 뉴욕 우드베리 소재 ‘코헨 & 슬래모비츠’만큼 많은 소송을 제기한 곳은 없다.
단 14명의 변호사를 거느리고 있는 이 회사는 한 해에 무려 8만건의 채권추심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변호사 한 명당 5,700케이스를 담당하는 꼴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채권추심을 위해 전국의 법원을 이용하는 사례들이 급증하는 것과 관련해 점차 달아오르고 있는 논쟁의 중심에 놓여 있다.
다른 법률회사들처럼 코헨 & 슬래모비츠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의존해 케이스를 준비한다. 대부분의 케이스는 근거 있는 소송이지만 비판자들은 소송이 채무자와 액수에 대한 부정확하고 완전치 못한 정보에 의거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일부 주 의회와 판사들은 무분별한 채권추심 소송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으며 12일에는 연방거래위원회가 이 문제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연방거래위원회는 소비자 부채를 해결하는 시스템이 붕괴돼 상당한 개혁이 필요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거래위원회는 소비자 부채 관련 불만이 가장 많이 접수되는 사항이라며 주정부는 추심 대행기관에 대해 원금과 이자. 수수료 등 부채내역을 세분화 하도록 하는 등 좀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할 것을 제안했다.
거래위원회는 또 주정부들에 더 많은 채무자가 변호를 위해 법원에 나오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는 대부분 채무자들이 법원에 나오지 않아 채무불이행 판결을 받고 있다. “추심 대행기관들이 충분한 근거를 갖고 소송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이 기관의 소비자 보호국장인 데이빗 블라덱은 말했다. 채권추심과 관련한 규정을 제정하는데 제한된 힘을 갖고 있는 거래위원회는 대부분 소송이 주법원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들어 주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소송은 채권추심 방식의 변화로 더욱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크레딧 카드가 그렇다. 최근 크레딧 카드회사들은 추심 불능으로 판단하는 채권을 채권 매입자들에게 1달러 당 5센트 이하의 가격으로 팔아넘기고 있다. 채권 매입자들은 편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하는 전통적 방법을 쓰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소송을 선택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
법률회사들은 새로 개발된 컴퓨터 소프트웨어 덕분으로 대량 소송이 가능해졌다. 통상적으로 채권 구입자는 법률회사에 채무자의 이름, 집 주소, 채무액, 연체일, 그리고 이자가 계속 붙고 있는지 등 전자 데이터베이스를 보낸다. 이것이 접수되면 ‘커머셜 리걸 소프트웨어’사가 개발한 ‘컬렉션-매스터’ 같은 소프트웨어가 소장 접수부터 법률적인 전 과정을 자동적으로 알아서 처리해 준다. 추심편지와 법정 소환장 발송 등도 자동 처리해 준다고 이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은 추심소송이 제기되고 있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그러나 연방 관계자들과 추심 변호사들, 그리고 판사들은 이런 케이스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법원 적체가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송을 당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법원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럴 경우 판사는 채권 매입자에게 임금 혹은 재산 압류를 통해 채권을 추심할 수 있도록 하는 판결을 내린다. 전국 소비자 법 센터의 로버트 홉스 부소장은 “채권자들은 별 힘을 들이지 않은 채 달러 당 40센트에서 50센트 정도 회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비판자들은 일부 채권 매입자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너무 많은 분량의 소송에 의존하고 있는 까닭에 실수와 남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소송이 피고의 이름과 주소, 그리고 이들이 주장하는 채무 액수 등 아주 빈약한 정보에 의거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채권추심 기관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일을 하고 있는 뉴멕시코의 리처드루빈 변호사는 “법률 운용을 공장식으로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송은 엉뚱한 사람을 상대로 제기되기도 한다. 또 액수가 부정확 하거나 근거가 약한 수수료와 이자가 부과되는 경우도 잦다. 더구나 채권이 여러 차례 팔리다 보니 소송을 제기한 채권 매입자가 합법적으로 채권을 소유하고 있는지 불분명한 경우도 있다.
일부 채권추심 변호사들은 새로 부과된 조치들이 원 채권자들에게 적용됐던 기준보다 더 엄격하다고 불만을 털어 놓는다. 최근 채권추심 소송을 할 경우 더 많은 서류를 제출토록 의무화 한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변호사는 “이것을 지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700개 이상의 법률회사를 대표하는 전국 채권추심 변호사협회의 회장인 프레드 블릿은 연체 증가에 따는 소송 증가는 불가피하며 규모에 비춰볼 때 실수는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빚을 졌으면 갚아야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코헨 & 슬래모비츠는 이 기사를 위한 인터뷰를 거절했다. 지난 2009년의 한 법원 심리에서 이 법률회사의 대표인 데이빗 코헨은 자신의 회사가 14명의 변호사를 고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요할 경우 외부변호사를 일당으로 고용하기도 하고 30~40명의 법률 서기와 패러 리걸, 그리고 채권추심을 위해 60명가량을 고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2005년 5만9,708건, 2006년에는 8만3,665건, 2008년에는 8만873건의 채권추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이 급증하자 일부 주는 부채와 관련한 보다 많은 정보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기 시작했다. 또 판사들이 채권과 관련한 더 많은 근거를 제시하도록 요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 3월 브루클린 민사소송 청문회에서 노아 디어 판사는 코헨 법률회사가 허만 존슨이라는 사람을 대상으로 제기한 크레딧 카드 빚 3,797달러 상환요청의 근거를 보여주는 서류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존슨은 법률회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피고가 정말 빚을 진 그 사람이이라는 증거를 가지고 있느냐”고 판사는 코헨 소속 변호사를 상대로 물었다. 변호사가 “소셜 번호와 생년월일, 그리고 주소와 구좌 번호 뿐”이라고 대답하자 판사는 “그게 전부인가”라고 반문하고 이런 정보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며 케이스를 기각시켰다. 디어 판사는 지난 달 코헨 회사에 대해 만약 피고가 소송 내용을 부인할 경우 채무와 관련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추가 증거를 제시하라고 명령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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