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희망캠페인
스웨터·모자·양말·조끼
한 땀 한 땀 정성 가득 담아
“뜨개질을 왜 하냐고? 재미도 있고 이왕이면 아이들이 입고 다니면 좋지 않을까 싶었어. 소일거리 필요한 나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지. 이 스웨터가 필요한 아이들을 찾아줘요”
커다란 검정 플래스틱 봉지를 들고 나온 정문순(83) 할머니는 자신이 직접 뜨개질한 스웨터들을 내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봉지 안에는 한 눈에 봐도 정 할머니의 무한한 정성이 엿보이는 어린이 스웨터, 모자, 조끼 등이 한가득했다.
“소일거리를 하면서 좋은 일도 하고 싶었어. 디자인이 뭔지 모르지만 만들 때 머리 속에서 생각나는 대로 만들었지. 스웨터는 시간이 좀 걸렸고 양말은 하루에 두 켤레 만들 수 있으니 좀 나아. 이젠 만든 옷을 필요한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데 딱히 아는 곳이 없네…”
지난해부터 어렵게 얻은 털실로 어린 아이들 옷을 뜨개질하기 시작한 정 할머니는 어느새 50여벌이 넘은 옷을 손수 만들었다. 한 벌 뜨개질을 하는데 3개월이나 걸리는 정 할머니의 스웨터는 디자인과 색상 모두 웬만한 브랜드 의류 부럽지 않아 보인다. 아이보리, 연분홍 털실로 엮은 깔끔한 스웨터와 모자, 양말에는 자수가 들어 있어 어릴 적 할머니가 뜨개질해 입혀주시던 향수마저 느끼게 했다.
“누굴 도와주려고 만든 게 아니고 내가 좋아서 한 일”이라는 것을 누누이 강조한 정 할머니는 자신의 뜨개질이 자랑거리로 비치지 않을까 걱정이란다. 정 할머니는 “고아원이나 형편이 어려운 어린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어 신문사에 전화했다”며 “스웨터가 필요한 아이들이 이 옷을 입는 것을 보면 나도 뿌듯하고 보람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밴나이스 양로병원에서 간호사 보조로 20년 넘게 일하다 은퇴한 정 할머니는 “40년 전 막 이민 왔던 그 시절 겪어야 했던 어려움들이 잊히지 않는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어려운 가정의 어린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나마 뜨개질은 시간 많은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문의 (323)692-2138
<김형재 기자>
뜨개질로 50여벌의 스웨터를 직접 짠 정문순 할머니가 자신이 만든 옷들을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어린이들에게 기부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고 있다. <왕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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