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두 자녀를 둔 루시 엘킨은 중산층 주부로 편히 살고 있지만 매주 빚에 쌓인 영국 정부로부터 52달러의 자녀 양육비를 받고 있다.
런던에서 가장 좋은 햄스테드 히스 지역에 있는 집에서 자녀를 공원에 데리고 가던 엘킨은 “우리가 사정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청구서를 갚는 데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엘킨(40)은 프리랜스 작가, 남편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다. 300만명이 넘는 중상류층 가정 가운데 이들은 자녀를 둔 어머니에게 정부가 매년 지급하는 172억달러의 보조금 지급 대상자다. 이는 실업자 보조금보다 많고 영국 정부가 평균 소득 이상 가구에 주는 470억달러 보조금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엘킨 자신도 “이 돈을 정당화하기는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엘킨 만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 관리들이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다른 비용은 대폭 삭감하려고 하지만 중산층 표를 잃을까 봐 이 돈만은 줄이는 것을 매우 조심하고 있다.
시장 경제주의를 지지하는 싱크 탱크 ‘개혁’의 경제학자인 패트릭 놀란은 “영국은 전국민 복자 제도의 오랜 전통이 있다”며 “수십 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 지금 이는 매우 비싼 사치”라고 말했다. 이 싱크 탱크는 웰페어 혜택의 16%가 이것이 필요 없는 사람에게 가고 있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중상류층일수록 자녀 보조비 부모 경비로 전용
금융위기 재정난 속에도 표 무서워 혜택 삭감 꺼려
영국에서의 이 문제는 긴축 재정의 부담을 누가 져야 하는가에 대한 선진국 공통의 사항이다. 정치인들이 중산층 혜택을 줄이지 않는다면 국채 매입자들은 저소득층에 대한 혜택을 더 줄이라고 요구할지 모른다. 그러나 오랜 전통이 있는 중산층 혜택을 깎는 것은 어떤 정치인도 하고 싶지 않아 한다.
영국에서 이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제2차 대전 이후 영국 사회의 근간을 이뤄온 사회 복지 제도는 소득에 관계없이 헬스 케어나 노약자를 위한 난방비 보조 등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돼 있다.
연 3만7,000파운드 이상 버는 사람은 20%를 세금으로 낸다. 6,000만명의 영국인 중 1/3이 자녀 양육비나 난방비를 보조금으로 받고 있다. 데이빗 카메론 총리는 이런 강력한 이익 집단의 화를 돋우는 일은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가 이 혜택을 빈곤층에 국한시키기 위한 자격 조건을 달지 않겠다고 한 것은 그 때문이다. 노인들을 위한 TV 라이선스 보조나 버스 요금 할인, 난방비 보조도 삭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부는 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카메론의 연정 파트너인 자유 민주당 대회에서 닉 클렉은 중산층 복지 혜택을 삭감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변호사인 아내와 자기가 3자녀를 양육하며 받는 연 3,850달러의 보조금을 자진해서 받지 않겠다고 했다.
정부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이런 사회 복지 비용으로 지난 8년간 정부 지출이 53%나 늘어났다. 이는 지난 노동당 정부가 사회 복지 비용을 유럽 최고 수준으로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GDP의 84%에 달하는 정부 부채와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중산층 혜택 삭감 논의가 한창이다. 프랑스는 은퇴 연령을 60세에서 62세로 늘리려 하고 있다. 그리스는 공무원 연금을 대폭 삭감했고 아일랜드는 공무원 봉급을 10% 줄였다.
그러나 반발이 심해지면서 대부분 정부는 더 이상 삭감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지출을 줄이라는 우파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미국에서조차 모기지 이자와 은퇴 구좌의 세금 공제를 줄이라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유럽에서도 자녀 보조비를 주는 나라는 많지만 영국은 OECD 선진 33개국 3번째로 많이 준다. 프랑스와 룩셈부르크만이 이보다 높다. 자녀 보조비는 첫 아이의 경우 매주 20파운드, 둘째부터는 아이가 20세가 될 때까지 13파운드씩 준다. 유일한 조건은 학교를 계속 다니는 것이다.
이 보조금의 존재 이유는 빈곤 아동을 구제하자는 것이지만 총 지출의 절반 이상이 평균 소득 이상 가정으로 간다. 랭카스터 대 경제학자인 이안 워커가 곧 발표할 논문에 따르면 이 혜택을 받는 부유층 가정의 경우 돈을 자녀보다는 부모를 위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소비 품목 중에는 알콜과 담배가 들어 있다.
워커는 “이 혜택을 받는 조건을 빈곤층으로 제한해야 한다”며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혜택의 대부분은 필요한 사람에게 간다는 것이다. 또 모두에게 혜택을 줘야 이 프로그램에 대한 정치적 지지도 탄탄하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펜션 외에도 많은 돈을 노인들에게 주고 있는데 그 상당 부분은 부유층에 돌아간다. 60세 이상 노인에게 매년 난방비로 42억달러를 쓰고 있고 노인들을 위한 무료 버스 패스에 10억 파운드, 75세 이상 노인을 위한 무료 TV 라이선스에 5억7,500만파운드를 지출하고 있다.
지출 삭감에 대한 반대가 이미 조직적으로 일고 있다. 노조들이 특히 파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지출 삭감 항목 보고서를 발표하는 19일에 맞춰 대대적인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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