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사상 세 번째 폭설 강타…최대 20.2인치 쏟아져
▶ 공항·도로 일시 폐쇄, 관공서·학교·업체 대부분 문닫아
지난 2일 저녁, 몰아친 눈폭풍으로 인해 시카고시내 레익쇼어드라이브(LSD)에 차량들이 갇혀 있는 모습. 이날 수백여명의 운전자들이 수시간동안 차안에 갇혀있다 소방대에 의해 구조됐다. LSD는 3일 오전부터 통행이 재개됐다.
지난 1일부터 2일 오후까지 시카고메트로폴리탄을 포함한 일리노이주 북부 및 북동부지역에 시속 50여마일의 강풍을 동반한 사상 세 번째로 많은 양의 폭설이 강타, 시카고시와 서버브 대부분의 타운들이 전면 마비됐다.
기상대에 따르면 1~2일 동안 기록한 최대 적설량은 20.2인치로 이는 지난 1967년 1월 26~27일의 23인치, 1999년 1월 1일~3일 21.6인치에 이어 사상 세 번째로 많은 양이다. 2일 하루동안 거의 모든 주요 도로가 일시 폐쇄되는 바람에 관공서, 학교는 물론 일반 기업체 대부분이 휴업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항공편이 전면 취소되고 상당수 지역에서 정전사태가 발생했으며 1일 귀가중이던 차량 1천여대가 도로에 갇혀 소방대에 의해 구조되는 등 그야말로 시카고 일원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눈이 그친 후에도 주민들은 집 주변 눈을 치우고 눈 속에 파묻힌 차량을 꺼내느라 하루종일 고충을 겪었다.
교통대란은 눈이 막 내리기 시작한 무렵인 1일 오후 2시쯤부터 이미 시작됐다. 이날 기상악화에 대비해 많은 주민들이 퇴근시간을 앞당긴 때문인지 도로 곳곳에서 극심한 정체가 빚어져 평소보다 귀가 시간이 2~3배 이상 걸렸다. 1일 저녁 무렵부턴 눈길에 미끄러진 차량 등으로 인해 여러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 차량들이 뒤엉키면서 도로가 차단되는 사태가 이어졌다. 레익쇼어 드라이브의 경우 수백대의 차량이 고립돼 1일 밤부터 통행이 전면통제됐다가 3일 오전 5시 쯤부터 통행이 재개되기 시작했으며, 엘크 그로브와 오로라에서도 도로 곳곳에 차량들이 멈춰섰다. 대중교통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CTA와 메트라 등은 지역에 따라 운행을 아예 중단하거나 횟수를 크게 줄였다. 오헤어와 미드웨이공항에서는 1천여편의 항공편이 취소, 여행객들의 발이 묶였다. 시카고시를 비롯한 서버브 여러 곳에서는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컴에드에 따르면 폭설 중 총 6만 1천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겨 11만 5천여명이 전기 없이 추위속에 밤을 보내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2일 오후 2시쯤부터 눈이 그치기 시작했지만 주민들의 고충은 끝나지 않았다. 주민들은 주택 앞에 눈을 치우고, 또 거리에 차량을 세워둔 이들은 눈 속에 파묻힌 차를 꺼내느라 안간힘을 쓰는 표정이었다. 글렌뷰에 거주하는 마이클 리씨는 “내심 예상은 했지만 2일 아침에 일어나보니 현관문이 잘 열리지 않을 정도로 눈이 많이 쌓인 것으로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기계로 눈을 치우는데 2시간 반가량 걸린 것 같다”며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리는 것은 아마도 내생에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스브룩에 거주하는 제니퍼 장씨는 “차량을 꺼내는데 1시간 반가량이 걸렸다. 처음엔 혼자서 시작했지만 나중엔 여러 명의 타인종 이웃들이 도와주어서 생각보다 빨리 끝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이승남씨는 “2일 오후 거리에 세워둔 차량을 꺼내는데 정말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들었다. 추운 날씨에 바깥에 있으니 숨이 멎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허리와 다리, 그리고 팔이 많이 아프다. 차고가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해야지 도저히 이런 일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폭설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일부 주민들은 눈이 내리기 전부터 미리 마트를 방문, 삽과 소금, 장갑 등을 새로 장만했으며, 폭설로 인한 혼란을 미리 예상해 다수의 비즈니스 업체들이 2일엔 아예 문을 열지 않았다. 관공서와 각 학교들은 2일에 이어 3일까지 임시 휴무했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의 경우 직원들이 1일부터 밤을 새워 기다렸다가 2일 오전 눈을 치우고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는 등 열성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폭설은 지나갔지만 한파가 몰아쳐 또 다른 불편이 예상되고 있다. 3일 체감온도가 영하까지 내려가는 강추위를 보였고 이번 주말에는 낮최고 30도대로 다소 풀리겠으나 7일부터 9일까지는 밤최저 기온이 영하 3~7도까지 급강하하고 낮최고기온도 4~7도에 머무는 강추위가 다시 엄습할 것으로 기상대는 예보했다.
<박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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