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품 맡기고‘높은 이자’현혹, 가짜로 바꿔치기 돈 가로채
▶ 한인들도 상당수 피해
근래 들어 고가의 금, 보석을 보여주며 ‘이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면 높은 이자를 주겠다’며 현혹, 돈은 받아가고 ‘담보로 잡히겠다’던 진품 보석들을 감쪽같이 가짜로 바꿔치기하는 수법의 사기행각이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적게는 수천달러에서부터 많게는 10만 달러이상에 이르기까지 금전을 날린 한인 피해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시카고에서 세탁업체를 운영하는 C씨도 2주일전 쯤 ‘20%의 이자를 쳐주겠다’는 말을 믿고 5천달러를 빌려주었다가 피해를 본 경우다. C씨는 “하루는 40~50대의 흑인 남성이 업체로 들어와 ‘급전이 필요로 해서 그러는데 현금을 빌려주면 높은 이자를 주겠다’며 30온스짜리 금덩어리 3개와 1캐럿 크기의 다이아몬드 7개를 보여주었다. 30온스짜리 금덩어리엔 스위스은행 고유번호까지 정확히 찍혀 있었다”고 전했다. C씨는 “‘내가 보석상으로 갖고 가지 왜 나한테 왔느냐’고 묻자 그 흑인남성은 ‘그리로 가기 전에 당신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급전이 필요해서 그런데 이 보석들을 담보로 돈을 있는 대로 빌려주면 빠르면 5일, 늦으면 일주일 안에 20%의 이자와 함께 돈을 되갚겠다. 보석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확인해 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C씨는 또 “사실 여러가지로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지만 견물생심이라고 높은 이자를 쳐주는데다 보석을 담보로 잡히는 것이니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설령 그 남성이 돈을 안 받는다고 해도 다이아몬드를 아내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마음이 움직인 것이 사실이었다”고 덧붙였다. C씨는 그 보석들을 감정해 보기로 결정을 내렸으며, 흑인 남성은 ‘내일 다시 올 테니 금과 다이아몬드 중에서 아무것이나 골라서 감정을 받아보라. 그리고 돈이 준비되면 빌려 달라’는 말을 하고 떠났다. 흑인 남성이 떠난 후 C씨는 임의대로 집었던 금덩이 2개와 다이아몬드 2개를 들고 보석상을 방문, 모두가 진품이라는 감정을 받았다. 도매가로 따지면 금의 경우 총 90온스여서 10만 달러, 다이몬드 역시 7개 모두 1만 달러가 훌쩍 넘는 금액이었다. C씨는 꺼림칙한 마음도 들었지만 10만 달러 이상의 보석을 담보로 맡는 것이니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는 생각에 돈을 빌려주기로 결정했다. 다음날 C씨는 다시 업체로 찾아온 흑인 남성으로부터 나머지 금덩어리와 다이아몬드, 그리고 차용증과 전화번호를 받은 후 현금 5천 달러를 건네주었다. C씨는 “금과 보석이 밀수품이어서 당신에게 팔면 불법’이라는 흑인 남성의 설명이 ‘팔지 않고 왜 담보로 돈을 빌릴까’라는 의문을 어느 정도 풀어주었기 때문에 의심을 좀 덜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 남자의 설명은 너무나 앞뒤 사정이 명확했다”며 “가뜩이나 불경기이기 때문에 5천 달러를 빌려주면 일주일 후 1천 달러가 그냥 들어온다는 데만 집중했던 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담보로 잡았던 보석들이 진품이 아닌 가짜로 교묘하게 바꿔치기가 됐다는 것을 안 것은 이틀 뒤였다. C씨는 “그날따라 왠지 모르게 미심쩍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돈을 언제쯤 갚을지 물어볼 요량으로 흑인 남성이 자필로 남기고간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몇 번을 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며 “그제야 좀 이상한 생각이 들어 담보로 잡고 있던 보석을 다시 들고 보석상으로 가서 확인했더니 ‘가짜’라는 판명을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C씨는 이어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흑인 남성이 돈을 받으러 왔을 때 자기가 갖고 있던 나머지 보석을 카운터위에 올려놓으면서 내가 갖고 있던 보석들도 카운터위에 올려놓으라고 했다. 아마도 한 종이에 포장하려고 하나보다 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로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업체에 손님이 들어왔기 때문에 항상 보석에만 신경을 집중하지 못하고 주의가 잠시 흐트러진 적이 있었는데 그 틈에 보석을 바꿔치기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흑인 남성이 떠날 때 C씨는 보석을 확인했지만 생김새며 크기, 금덩이의 경우 잘라진 부분까지도 똑같아 도저히 육안으로는 가짜인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
C씨는 “솔직히 이런 사실을 알리는 것이 창피하긴 했지만 더 이상 나 같은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일을 알리게 됐다. 순간적인 욕심에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이익을 취하려 했던 것을 후회하고 있다”며 “혹시 이런 일을 접하게 되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심그린 보석의 심태섭 대표는 “요즘 불경기여서 그런지 이런 피해를 당하는 한인 분들이 상당수다. 어떤 분은 8만 달러, 어떤 분들은 10만 달러가 훨씬 넘은 금액을 사기 당한 분들도 있다”며 “사기범들은 어느 순간 보석을 바꿔치기 하기 때문에 대부분 걸려 든다”고 설명했다. 심 대표는 “그러나 문제는 보석을 감정받으러 오는 분들이 사유를 정확하게 말하지 않기 때문에 ‘조심하라’는 조언을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직업의 성격상 ‘어디서 보석을 구했느냐’고 물어보는 것이 실례가 될 수도 있다”고 전하고, “이에 따라 ‘혹시 돈을 빌려주기 이한 목적으로 감정을 받는 분들은 미리 사유를 말씀해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부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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