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타임스 17년•트리뷴 4년 팝 칼럼니스트 김재하씨
김재하씨와 남편 댄턴 모리스씨, 그리고 아들 카일군.<사진=Mass Photography>
시카고지역 한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현지 언론에 진출해 20여년을 활동하면서 유명 ‘팝 칼럼니스트’로 자리매김한 김재하씨(49)는 요즘 뒤늦게 아이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다. 2년전 한인아이를 입양했고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17년간이나 재직했던 선타임스지도 떠나 트리뷴 미디어그룹으로 옮기는 등 그녀의 삶은 아이로 인해 완전히 바뀌었다. 커리어와 육아에 무척 바쁜 ‘애 엄마’김재하씨를 추수감사절을 이틀 앞둔 지난 22일, 세인트 찰스 타운내 자택에서 만났다.
지난 20일자 시카고 트리뷴지 일요일판에 입양아와 관련된 장문의 칼럼이 게재됐다. 바로 김재하씨가 자신과 유명 할리우드 여배우인 캐서린 헤이글의 입양사례를 비교하며 유명인에게 호의적인(?) 입양시스템을 꼬집는 내용이었다. 헤이글은 결혼 후 3년이 지나고 부모의 나이가 43세를 넘지않아야 한다는 입양 전제조건중 결혼 3년이라는 첫 번째 조항을 지키지 않았음에도 비교적 수월하게 아이를 입양했다는 것. 김씨는 "결혼하고 3년이 지나길 기다리며 입양준비에 매달려왔는데 헤이글은 나와 같은 에이전시를 통해 결혼 2년만에 한국에서 아이를 입양할 수 있었다"고 전하면서 "동일한 정책이나 규정이 통하지 않는 한국내 입양에이전시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을 논하고자 이번 글을 쓰게 됐다"고 배경을 전했다.
김재하씨는 지난 2009년 10월 그의 보물 1호인 카일(한국이름 인성)과 부모-자식의 연을 맺는다. 그는 "2003년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했지만 유산 등의 아픔을 겪었다. 오빠와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입양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고 결국 나의 운명과 같은 아이 카일을 한국에서 데려올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재하씨는 "입양한 아이는 내가 뱃속에 넣고 키워 낳은 아기와 다르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었기에 그만큼의 사랑을 줄 수도 없을 것이라고 혼자 의심을 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태어난지 10개월이 되던 때 우리집으로 온 카일을 지금까지 키우면서 내 아이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피가 한방울도 섞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완벽한 내 아이입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그 사랑이 더 커지는 것을 보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나와 카일과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부모 자식간의 관계를 말로 표현할 필요가 있을까요."
1962년생인 김재하씨는 IBM의 컴퓨터엔지니어로 일하게 된 아버지를 따라 4살이 되던 해 시카고에 왔다. 부모님과 언니, 오빠와 함께 시카고시내에 살면서, 여느 이민자 가정처럼 부모님은 생업에, 그리고 3남매는 공부에 몰두해야 했다. 공부를 꽤 잘했던 그녀는 메인 웨스트고를 거쳐 시카고대학 사회학과에 입학하게 된다. 변호사가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기대 때문에 법대 진학을 준비했지만, 평소 글쓰기에 남다른 관심과 소질을 보였던 그는 인생 최초의 반항(?)을 하게 된다. 대학 졸업후 로스쿨이 아닌 노스웨스턴대 ‘메딜’저널리즘스쿨로 진학한 것. ‘메딜’에서 글쓰기를 배우며 신문와 잡지에 칼럼과 특별기사 등을 게재하는 등 조금씩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쌓아가게 된다. 대학졸업후 피플스 개스 등의 업체에서 사보기자로 활동하던 그는 마침내 시카고지역 한인으로서는 처음으로 1990년, 굴지의 언론사인 시카고 선타임스에 정식 기자로 채용된다. 그는 문화와 엔터테인먼트 전문 기자로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갔다.
재하씨는 "한인 1.5~2세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은 분명 존재한다. 그것도 보수적이고 자신들의 울타리를 중요시하는 언론계에서 그 틀을 깨고 구성원이 되는데는 나 스스로의 장애물을 뛰어넘는 것이 더 큰 과제였다"면서 "변호사가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바람을 꺾고 내 꿈을 위해 나아갔던 터라 더 많은 노력과 끈기가 필요했었다"고 밝혔다. "절대 게을러서는 안된다. 야망과 꿈을 갖고 부지런해야만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한 그는 "내 스스로 정상에 올랐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바라던 꿈을 이루었다고는 자부한다. 쉬운 것만 찾아서 하려는 생각은 성공을 밀어낼 뿐이다. 어려워도 힘들어도 노력하는 자세,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계속 전진해야 한다"고 후배에 조언했다.
선타임스에서 17년간 일했던 김씨는 카일의 입양을 결정하고 회사에 재택근무를 요청했다. 아이를 키우는 행복을 ‘일’에 빼앗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회사와 입장차로 사직하게 됐도 이후 2007년 말 23개의 방송사와 12개 신문사를 보유하고 있는 ‘트리뷴 미디어그룹’과 칼럼니스트 계약을 맺는다. 요즘은 트리뷴 일요일판 여행섹션에 팝 관련 칼럼과 유명 아티스트들의 콘서트, 인터뷰 등을 연재하고 있다. 지난 23년간 선타임스와 트리뷴에서 일하면서 그가 만난 유명 스타들은 수도 없다. 스포츠는 물론 가수와 배우, 요리사에 이르기까지 미국을 비롯 전세계의 ‘핫’한 인물들은 거의 모두 만나봤고 책도 여러권 저술했다. 기억에 남는 스타는 누구냐는 질문에 김씨는 “많이 있지만, 특히 흑인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수퍼보울 MVP까지 거머진 풋볼스타 ‘하인즈 워드’, 그랜드 슬램 7번의 기록을 자랑하는 흑인 테니스선수 ‘비너스 윌리암스’, 미국 10대 청소년들의 아이콘 ‘저스틴 비버’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또한 수년전부터 미국에서 활동한 ‘원더걸스’와 영문판 소설 ‘엄마를 부탁해’로 미국에서도 화제가 됐던 신경숙 작가 등 한국인들도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고의 에너지물리학 연구소인 페르미연구소의 연구원인 남편 댄턴 모리스씨와는 전에도 그랬지만 카일을 입양하고 나서는 금슬이 더 없이 좋아졌다고. 카일은 이들 부부의 행복을 연결해주는 아이콘이 됐다. 김씨는 "카일이 훌쩍 자라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을 하고 판단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친모를 만나러 한국을 방문할 수 있게 배려할 계획"이라면서 "그때를 대비해서 한국어를 가르칠 생각이다. 지금은 어리지만 내년부터는 네이퍼빌에 위치한 한국학교에 보내 1주일에 한번만이라도 한국어를 접하고 또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카일이 있어 행복하고 카일 때문에 일을 할 수 있고 매일을 살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다. 나뿐만 아니라 남편도 그렇고 주변의 가족들 모두 카일에게 사랑을 쏟고 있다"는 재하씨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인생과 엄마로서의 인생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엄마’를 선택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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