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는 질서가 필수적이다. LA 같이 자동차가 생활필수품이 된 곳에는 자동차와 도로의 질서를 유지하기 법이 어느 곳보다 중요하다. 아마 LA 시민들이 가장 많이 내는 벌금은 자동차와 관련된 것일 것이다.
그러나 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사람들이 가장 분노를 느끼는 벌금이 바로 이것이다. 우선 벌금 부과에 일관성이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속도를 위반하고 스탑 사인을 지키지 않지만 정작 걸리는 사람은 위반자의 극히 일부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통 운전자는 1만4,000번 교통 법규를 위반할 때마다 한 장의 티켓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가 잘못 해서 걸렸다기보다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이해가 간다.
운전 벌금 못지않게 기분 나쁜 것이 파킹 티켓 벌금이다. 꼭 필요한 곳에 급한 일이 있어 갔다 근처에 파킹 장이 없어 로딩 존에 잠깐 주차하고 다녀왔는데 티켓이 떡 허니 유리창에 꽂혀 있는 경험을 한두 번 안 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더욱 불쾌한 것은 이들 교통 위반 벌금이 자고 나면 오른다는 점이다. 요즘 빨간 신호등을 지나치거나 서지 않고 우회전했다 걸리면 500달러는 기본으로 나온다. 거기다 운전학교 비용에 수수료까지 합치면 웬만한 월급쟁이는 1주일 번 돈을 고스란히 바쳐야 한다.
주차 위반 요금은 이보다는 싸지만 만만치 않다. LA 경우 2005년 비아라이고사 시장이 취임한 이래 7년 동안 5번이나 올렸다. 그런데도 그것도 모자란 지 이번에 벌금을 다시 올린다고 한다. 이 안이 시행되면 레드 존 벌금은 7년 전 65에서 98달러로 50%, 청소하는 날 길거리에 세운 벌금은 45에서 78달러로 73%, 소화기 근처 주차는 40에서 73달러로 82%, 소방 레인 주차는 35에서 68달러로 94% 오르게 된다. 이 기간 인플레는 17%에 불과했다.
LA 시 주차 위반 벌금은 이미 남가주 주요 도시 중 최고 수준이다. 청소 날 주차 위반 요금의 경우 이 지역에서 주민 소득이 가장 높은 베벌리 힐스가 65달러인데 LA는 78달러를 받겠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LA시가 주민들의 반발과 분노를 무릅쓰고 벌금 인상을 강행하려는 것은 2억3,000만 달러에 달하는 올 재정 적자 때문이다. 새 안이 시행되면 4,000만 달러의 추가 세수가 예상된다.
자동차 관련 벌금은 매일 차를 타고 일을 나가야 하는 저소득 근로자에게 특히 큰 고통이다. 집에 가만히 앉아 투자 소득으로 생활하는 부유층이야 걸릴 염려도 별로 없는데다 걸려봐야 별 부담이 되지 않는다. 재정 적자의 주요인인 공무원 연금제의 근본적 개선 없이 저소득자의 호주머니를 털어 재정 적자를 메우겠다는 발상이 참으로 한심하다. 사회 질서 유지가 아니라 시 공무원들의 배를 채우기 위한 벌금 폭탄 투하에 시민들이 조직적인 반대 운동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