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장 플레이’로 팬들의 야유 받은 케빈 나 모든 것이 편해야 볼 치는‘멘탈 블락’문제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칭찬불구 우려 커져
케빈 나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늦장 플레이’로 팬들의 야유공세를 받아야 했다.
13일 막을 내린 PGA투어의 비공식 ‘제5 메이저’인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2라운드 공동선두, 3라운드 단독선두로 나서며 커리어 최고의 승리를 노렸던 케빈 나가 대신 커리어 최고의 아픔을 맛보고 돌아서고 말았다. 단순히 마지막 날 4오버파 76타로 부진해 공동 7위로 밀려났다는 사실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가 선두에서 스팟라이트를 받으면 받을수록, 그의 오랜 고질병 중 하나였던 ‘슬로우 플레이’ 역시 주목을 받게 되면서 팬들의 짜증을 자아냈고 일부 몰상식한 팬들
이 그에게 야유와 조롱을 보내는 수준까지 상황이 악화된 것이 문제였다. 정신을 고도로 집중해서 경기에 임하는 프로골퍼에게 팬들이 매 샷을 할 때마다 야유를 보낸다면 제대로 경기를 하기가 어려운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심지어 이날 일부 갤러리들은 케빈 나의 라스트네임을 빗대 그가 실수했을 때 “Nah nah nah nah, Nah nah
nah nah, hey hey hey, goodbye.”라는 노래까지 불러대는 어처구니없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
사실 케빈 나는 그동안 PGA투어에서 가장 플레이 속도가 느린 선수 중
하나로 꼽혀왔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팬들은 그가 볼을 앞에 놓고 계속 클럽을 흔들면서도 좀처럼 볼을 치지 않는 것에 대해“ 짜증이 나는 것을 넘어 옆에서 지켜보기가 고통스러울 정도”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케빈 나도 자신의 느린 플레이 문제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인터뷰때마다 팬들의 몰상식한 행동을 비난하고 책임을 돌리기보다는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사과하며 이를 고치도록 노력하겠다는 자세를 보여 일부 언론들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14일자 기사에서 케빈 나가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칭찬이 케빈 나에게 얼마나 위로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무리 팬들의 행동이 몰상식하다고 해도 팬들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 프로선수인 만큼 팬들이 싫어하는 선수가 됐다면 이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팬들만이 아니라 동료선수들도 늦장 플레이에 대해선 곱게 봐주지 않는다. 그러면 그런 늦장 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그의 이런 프리샷 루틴은 습관이면서 동시에 일종의 ‘멘탈 블락’이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모든 것이 편안하게 느껴지지 않으면 볼을 치지 못하는 것이다. 과거 서지오 가르시아도 같은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뭔가 문제가 있으면 스윙을 하지 못하고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이“ 빨리 쳐라”고 다그치면 오히려 더 치지 못하는 것이 현재 케빈 나의 상황이다. 이런 ‘멘탈 블락’의 예는 메이저리그에서 더 있었다. 뉴욕 양키스 2루수 척 나블락은 1루 송구를 하지 못하는 2루수로서 치명적인 ‘멘탈 블락’을 만나면서 결국 외야수로 포지션을 바꾼 바 있고 캐처들 가운데는 볼을 받은 뒤 피처에게 다시 볼을 던지지 못하는 선수들도 여러 명 있었다. 케빈 나로서는 어쩌면 커리어 최대의 과제를 만난 셈이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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