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mericans of Japanese Ancestry in the Korean War」
서영길
주 호놀룰루 총영사
메모리얼 데이에 즈음하여 한국전 참전용사 20명을 초청하여 만찬을 베풀던 중 참전용사 헨리 후루야(Henry Huruya)씨가 가져온 한 권의 책은 본인에게 큰 감명을 주었으며, 그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이 참가한 주요 전쟁 아홉 개 중 네 개가 20세기에 있었으며, 그 중 1950년도부터 53년도까지 있었던 한국전쟁은 가장 중요하지만 많이 잊혀진 전쟁이다.
책의 자료에 의하면, 한국전 참전 미군 중 33,629명이 사망하고 103,28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런 숫자 속에 숨겨진 또 하나의 진실이 있다. 바로 한반도 전역에서 조국을 위해 몸 바쳐 싸운 5천여 명의 일본계 미국인이 그들이다.
일본계 미국인은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했을 때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해 처음으로 전쟁터에 나갔다.
이 때 창설된 부대가 바로 미 육군 442여단이며, 하와이 출신 상원의원 다니엘 이노우에가 바로 이 부대 출신이다.
전쟁터에서 한쪽 팔을 잃은 이노우에 의원처럼 일본계 미국인은 한국 전쟁에서 투혼을 다해 싸웠다.
2차 대전 종전 5년 후, 1950년 6월 25일, 이들은 다시 국가의 부름을 받아 한국전쟁에 투입되었다.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2차 대전 당시처럼 분리된 부대가 아닌 미군 부대 속에 미군의 일원으로 용감하고, 영예롭게 싸웠다.
「Americans of Japanese Ancestry in the Korean War」은 우리에게는 너무도 낯선 이 일본계 미국인의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이들은 오늘날 한국인들도 잘 알지 못하는 금강방어선전투 부터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 중공군의 투입, 그리고 그 후의 일들까지 그들이 한국전에 참전하였던 내용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기록하고 있다.
이 회고록은 한국을 식민지 삼았던 일본인이 바라본 한국전의 이야기가 아니다.
평범한 젊은이가 포탄이 비처럼 쏟아지는 전쟁터에서 이기기 위해 끝까지 싸우고, 살아남아 가족의 품에 돌아가기 위해 사력을 다해 뛰고, 동료를 위해 기꺼이 희생한 이야기이다.
대단한 수사나 묘사는 없으나, 담담하고 솔직하게 당시의 상황을 더듬어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감동에 젖는다.
한국 전에 참전한 5천여 명의 일본계 미국인 중 257명이 전사했으나, 이 수치는 확실하지 않으며, 조사가 진행될수록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파주 임진각에 참전비가 있는 것조차도 모르고 있다.
특히, 반일 감정이 잔재해 있는 한국에서는 더욱 그러하며, 그래서 이 책이 갖는 의미가 보다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일본계 미국인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피와 땀과 눈물을 이 책에서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 속에서 전쟁은 국가의 생존과 소멸을 결정하는 지배적 권한으로 수세기를 지내왔다.
그리고 전쟁은 아군과 적군이라는 두 가지 상황 속에서 공격과 방어만이 존재하는 단순 기재의 정치적 게임으로 생각되지만, 이것이 만들어 내는 비극은 역사가 기억하는 종국적 파괴와 희생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역사의 망각, 누락만으로는 위로가 될 수 없는 망각의 경계에 일본계 미국인, 바로 그들이 있었다.
우리에게는 가깝지만 먼 나라로 인식되는 일본이지만, 이 책이 기억하는 역사적 순간이 지금 한국 땅 어딘가에 묻혀있을 지 모르는 일본계 미국인들의 희생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줄 수 있는 전환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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