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린 가슴속에 사랑도 으깨 넣고
삼 한 뿌리 껴안은 채 눈빛 없는 맨 살의 몸
한 때는 맑은 소리로
새벽을 깨웠었지
그 소리에 알을 낳고 깃털로 품어줄 때
얇아진 막 살그레 뚫고 너의 분신 종종거렸어
붉게 핀 맨드라미꽃
긴 햇살에 자울 자울
뽀얗게 우려진 국물 푸른 속살 내보이며
자꾸만 쌓여가는 빈 껍데기 시린 뼈들
다 주고 가벼워지신
골다공증 내 어머니…
- 구애영(1947 - ) ‘삼계탕을 먹다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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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이 지났으니 이제 여름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겠다. 요즘은 복날 인기 보양식으로 삼계탕이 자리를 잡은 것 같다. 화자는 삼계탕 속의 고기가 살아서 새벽을 깨우고, 알을 품어 부화시키고, 종종거리는 병아리를 돌보던 닭이 아니었을까 상상해본다. 또 발라내진 뼈를 보고는 진국과 살을 자식들에게 다 내주고 골다공증을 앓으시던 어머니를 떠올린다. 시인은 어머니 생각에 목이 메 삼계탕을 제대로 먹지 못했을 것 같다. 나는 그저 맛있게 먹느라 정신이 없었으니, 좋은 시인되기는 다 틀린 것 같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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