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이면 미국 최대 명절의 하나인‘추수감사절’이 돌아온다. 그러나 이 때만 되면 미주 한인 사회에서 이에 관해 글을 쓰는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Thanksgiving’을 한글로 어떻게 표기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원음에 가장 가깝게 하자면‘쌩크스기빙’이지만 어쩐지 너무 사나와 보이고‘댕크스기빙’ 하자니 어색하고‘땡크스기빙’ 하자니 너무 콩글리시 같다. 그렇다고‘생크스기빙’은 아닌 것 같다.
이 문제는 영어와 한국말의 근본적인 발음체계 차이에서 오는 것으로 뾰족한 해법이 없다. 우리말에는 영어의‘th’ 발음을 대신할 글자가 없는 것이다. 그냥‘추수감사절’로 쓰는 것이 가장 무난한 방법이다.
얼마 있으면 돌아오는‘Halloween’은 핼로윈인가 할로윈인가. 정답은 둘 다 맞다. 미국인들도 두 가지로 모두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가지를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인들이 많이 운영하는‘laundry’는‘론드리’가 맞다.‘런드리’라고까지 쓰는 것은 봐 줄 수 있으나‘라운드리’는 잘못된 발음이다. 이렇게 발음하는 미국인은 없기 때문이다. 한인들이 미국 식당에서 연어 구이를 시키면서‘살몬’을 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또한 잘못이다. 영어 표기는‘salmon’이지만 가운데‘l’은 묵음이다.‘새몬’이라고 해야 한다.
한인들이 많이 가는‘Mt. Baldy’를‘마운트 발디’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는데 이 또한 잘못이다.‘마운트 볼디’가 맞다.‘볼디’는‘민둥산’이란 뜻으로 미국 전역에‘볼디’란 지명은 수없이 많다. 나무가 없어 대머리(bald)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전에는 맞았으나 이제는 틀린 표기도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대형 마켓을‘슈퍼마켓’이라고 부른다. 전에는 미국에서도‘super’를‘슈퍼’라고 발음했다. 그러다 세월이 흐르면서 ‘수퍼’로 바뀐 것이다. 모든 분야에서 첨단을 따라가는 한국이 아직도 수십년 전 발음인‘슈퍼’를 고집하고 있는 것은 특이하다. 다행히도 미주 한인 사회에서는‘수퍼’를‘수퍼’라고 부른다.
언어는 사람이 쓰는 것이라 꼭 원칙에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영어 표기는 똑같은데 한글로 쓸 때는 달라지는 것도 있다.‘Washington’‘Boston’‘Fullerton’은 모두‘ton’으로 끝나는데 ‘워싱턴’‘보스턴’이지만‘풀러튼’은‘풀러튼’으로 쓴다.
요즘 Dallas 한인들이 이 동네 한글 표기를 기존의‘댈러스’에서‘달라스’라고 바꿔달라는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그곳 사람들은 모두‘달라스’라고 부르고 있는데 공식 표기가‘댈러스’로 돼 있어 불편하다는 것이다. 미국 사람 발음을 들어보면‘댈러스’에 가까운 것 같지만 한국 사람들이 부르기에는‘달라스’가 편한 것도 사실이다.
원음에 충실할 것인지, 한국사람 부르기에 편한 것을 중시할 것인지, 아니면 이 둘을 조화시킬 것인지, 영어의 한글 표기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로 좀처럼 쉽게 결론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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