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벌어진 2차 대선토론에서 치솟는 개솔린 가격의 책임소재를 놓고 뜨거운 공방이 벌어졌다. 공화당의 롬니 후보는 현재의 개솔린 가격이 오바마 행정부의 에너지 개발정책 실패에서 비롯됐다고 공격을 가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집권했을 당시보다 현재의 개솔린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경제가 회복되면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며 “롬니가 집권하게 되면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다시 가격이 내려가게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둘 가운데 어떤 주장이 진실에 가까운 것일까. 에너지 문제 전문가들은 오바마의 입장에 손을 들어 준다. 전문가들은 미국인들이 지출하는 개솔린 가격은 국제 원유시장과 연계돼 있으며 이러한 글로벌 시스템은 워싱턴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개솔린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이다. 특히 2009년부터 경제가 조금씩이나마 회복되고 특히 중국과 인도, 남미 등 경제권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원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가격인상을 부추겨 왔다.
그럼에도 공화당이 줄기차게 내세우는 것은 연방정부가 적극적인 원유시추를 통해 개솔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데도 이를 등한시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미국 내 원유시추를 통해 생산량을 늘린다 해도 개솔린 가격을 잡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객관적인 평가다. 대통령이 개솔린 가격을 잡기 위해 취할 수 있는 현실적 조치는 단 한 가지, 전력비축유를 푸는 것뿐이다.
연방정부는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지하에 7억2,000만 배럴의 비축유를 저장해 놓고 있다. 대통령은 이것을 방출할 권한이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리비아 사태로 개솔린 가격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솟자 오바마 대통령은 3,000만 배럴의 비축유를 풀었다. 하지만 이 결정은 정치적인 것일 뿐 실제로 개솔린 가격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연방정부가 미국의 동서 연안에서 무차별적으로 원유시추에 나설 경우 오는 2030년에는 하루 50만 배럴 정도의 원유를 더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전 세계가 소비하는 원유량은 하루 1억 배럴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미국 내에서 원유를 열심히 뽑아내도 개솔린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는 되지 못하는 것이다.
공화당이 개솔린 가격과 함께 적극적인 원유 시추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일자리다. 그러나 이 또한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지난 2005년 이후 연방정부의 시추 허가는 약 50%가 늘었으며 이로 인해 생겨난 일자리는 7만개 가량이다. 이 정도의 일자리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미국 전체의 실업률로 보자면 0.05% 정도에 불과하다.
개솔린 가격은 고도의 국제정치학까지 곁들여 다차원의 방정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아주 어려운 문제이다. 가격추이를 전망하기조차 힘들다. 하지만 매일 주유소에서 주머니를 털어 비싼 개솔린을 넣어야 하는 서민들로서는 누군가 책임져야 할 대상이 필요하다.
공화당은 아무리 미국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개솔린 가격을 낮출만한 권력과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줄기차게 오바마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으며 계속 그럴 것이다. 왜냐하면 항상 진실만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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