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아들의 학교 오픈하우스에 갔을 때였다. 한 선생님의 인사말은 아직도 생생하다. “15년 교육자로 일하면서 요즘같이 한 반에 아이들이 많은 것은 처음이다. 35명 이상 되는 아이들의 이름을 다 기억할지 모르겠다” 며 선생님은 당황해 했다.
그 때문일까? 몇 주 전 아들이 “아직도 선생님이 내 이름을 모르는 것 같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네가 좀 더 눈에 띄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면 왜 선생님이 네 이름을 모르겠니” 하고 웃으며 말해 줬지만, 콩나물 교실에서 공부하는 아들, 많은 학생들과 씨름하는 선생님들 모두에게 안쓰러움을 느꼈다.
주민발의안 30에 대한 찬반 의견에 관심이 쏠리면서 아이들 교육, 그 교육 현장의 중심에 서 있는 교사, 그리고 교사들과 관련된 연금 문제에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다.
먼저 분명하게 밝히면 주민발의안 30 법안 내용 중 어느 한 구절도 교사 연금에 대한, 연금 지원에 대한 명시가 없다. 발의안 30을 통한 세금은 캘리포니아 주 내 각 교육구로 이전되고, 각 교육구는 지출 결정, 연 회계 감사 및 회계 보고를 공개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 교육 목적 외 불법적이고 불투명한 기금 지출에 대한 금지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교사 포함 주 공무원들의 연금 혜택 삭감 또는 인상은 주 의회의 법안을 통해 개정 되는 것이다. 발의안 30의 세금이 구멍 난 교사 연금 기금에 쓰여진다는 것은 황당한 이야기다.
교육계 행정관의 지나친 고소득과 연금 혜택은 당연히 감사 대상이고 시민 단체의 감독을 받아 투명하게 정리되어야 한다. 아울러 부채를 안고 있는 연금 혜택 관리에 대한 개혁이 실행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특히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교육 공직자 및 공무원의 모범적 자성이 요구된다. 지난 9월 법으로 통과된 공무원 연금 개혁법으로 교사 포함 주 공무원들의 은퇴 연령 증가, 주 차원의 기금 지원 삭감 그리고 연금의 최대 혜택에 대한 한도범위를 정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이런 공무원 연금에 개혁의 칼을 든 브라운 주지사는 여러 교사 노조로부터 큰 비난과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브라운 주지사는 공무원 연금 개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당당하게 맞서고 있다.
이런 교사 연금 논란 속에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것 중 하나가 교육의 일선에서 열성과 애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많은 교사들의 노고이다.
캘리포니아 주 인구는 자꾸 늘어나는데 아이들을 가르칠 교사의 숫자는 늘지 않아 교사 부족이 예상된다. 많은 총명한 대학생들은 업무 부담과 책임감 높은 교사 대신 보수와 혜택이 좋고, 부담은 덜한 금융, 하이테크, 의료 산업 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이 캘리포니아 주의 학생 당 교사 비율이 전국 50개 주에서 제일 꼴찌인 상황에서는 좋은 교사 찾기가 더욱 힘들다.
교사 연금 및 교육 개혁이 분명 필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자질 있는 교사에 대한 사회적 존경, 경제적 지원은 반드시 병행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의 손에 우리의 소중한 아이를 맡겼기 때문이다.
어느새 학기가 다 끝나가고 있다. 예산 삭감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힘내라고 한번 안아주고, 땀 흘리는 교사들에게 감사 카드와 조그만 선물이라도 전해 주면 좋을 것 같다.
<윤대중 민족학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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