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들 특히 LA 지역 한인들이 때로 이곳이 미국이라는 걸 잊고 사는 것은 주변에서 많은 한인들과 접촉하며 살기 때문이다. LA지역 한인 인구를 대략 100만 명으로 추산하면 한국의 광역시에 비견할 만하다. LA를 한국의 한 도시로 착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러한 곳에 생활의 근거지를 가진 한인들에게 한국과 미국의 우호관계 유지는 대단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대통령선거에 재외동포들도 참정권 행사 기회가 생겨 이곳 실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유권자 등록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는 했지만, 미흡하나마 재외국민 223만명 중 22만명이 등록해 거의 10%에 가깝고, 미주지역을 보면 유권자 87만명 중에 5만명, LA 지역에서는 20만명 중에 1만명이 등록했다. 그간 사회단체 및 정부기관들이 선거참여를 나름대로 적극 홍보한 결과라고 자위한다. 이제는 투표율을 높여야 할 차례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 재임 중에 유독 한미관계가 나쁜 적이 있었는데 당시는 자주 민주주의를 주창하여 많은 국민들이 동조하던 때였다. 이를 기반으로 남북 간 화해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통일이 금방 올 것 같은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뜻은 좋았지만 얻은 것 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당시 한미관계는 최악의 상태까지 가게 되어 미군은 한반도에서 물러가라는 구호가 시도 때도 없이 나왔고, 한국전쟁시 인천상륙작전으로 한국을 구한 맥아더장군의 동상을 없애야 한다고 떠들썩하여 이 나라가 어떻게 이런 지경까지 되었는가 하는 한탄이 나왔었다. 그러나 이런 한탄은 동경의 대상인 ‘자주’라는 말 앞에 힘을 잃었다.
이로 인하여 미국은 실망과 더불어 더 이상 한국을 동맹국으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당시의 미국인의 생각을 보여준 통계에 의하면 한국을 우방국가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견과 한국을 적대국으로 생각하는 의견이 너무나 많았다. 한미 우호관계가 저해된 요인으로 하나 더 지적될 수 있는 것은 대한민국이 최고다 하는 국민적 자부심이 너무 커져서 미국과의 동맹 없어도 다른 나라와 손을 잡으면 된다는 생각이 팽배한 것이다. 지난 수십년 미국과의 혈맹관계로 군사적 도움과 더불어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측면을 무시한 것이다.
‘자주’를 반대할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까이서 서로 의지하고 지내는 친구가 있으면 서로 도움이 된다. 이를 두고 ‘홀로 서지 않고 왜 기대는가’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 현 정권에서 그전까지 소원했던 한미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돈독하게 형성되어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된다.
한국 대통령 선거는 오는 12월19일로 투표까지 한달 여를 남겨두고 있다. 세 후보의 면면 을 보면 모두 훌륭하다. 복지, 경제민주화, 남북관계 등 정책면에서 큰 차이는 없지만 자세히 살펴보며 가장 마음에 드는 정책을 제시하는 후보를 가려내야 할 것이다.
미주 한인의 입장에서 더 피부에 닿는 이슈는 해외동포 정책 그리고 한미관계일 것이다. 어떤 후보가 실천 가능한 해외동포 정책을 제시하는지 그리고 한미관계와 관련, 누가 신뢰감을 줄만한 언행을 해 왔는지 그리고 옆에서 정책입안에 도움을 주는 측근들이 한미우호관계를 어느 정도 중요시하고 있는지도 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오는 선거일에 반드시 투표를 해서 미주 동포로서 우리가 바라는 바에 대하여 목소리를 내야 한다. 참정권 행사의 사명감을 가지고 한국의 앞날을 생각하며 투표율을 높였으면 한다. 한국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가 미주 동포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이서희 전 LA 민주평통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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