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美食家)를 따라다니면 지원 대학을 선정하는데 필요한 지혜를 얻는다. 먼저 맛을 고집하는 식도락가는 어떤 음식점을 피할까.

첫째, 섹시한 여자와 떠들썩하게 웃고 즐기는 여자가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한다. 트렌드에 민감한 멋쟁이 손님 대부분은 맛에 끌려 식당에 가기보다, 분위기 또는 파티에 더 관심을 둔다. 반면 조용히 앉아 먹는 손님이 많은 식당일수록 맛을 아는 단골이 주로 찾는다는 증거다.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웃고 떠드는 이유가 운동경기나 파티에 들떠서지 취업이나 대학원 진학률이 좋아서가 아니다. 공부를 많이 시키는 캠퍼스일수록 음악소리, 고성방가, 파티소음이 적다. 또한 프린스턴 리뷰에서 매년 발표하는 ‘미녀가 많은 캠퍼스’ 랭킹에 오른 대학치고 학업 성취도와 취업률이 높은 대학은 없다.

둘째, 유명 셰프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식당을 피한다. 개업한지 처음 몇 주, 몇 달은 손님을 끌고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셰프가 직접 요리하지만, 시간이 지나 매상이 오르기 시작하면 셰프는 빠진다. 식당 입구에 셰프와 손님들이 악수하는 사진이 걸려있지만 주방에는 그림자도 없다.

대학에서도‘노벨상 수상자’ 같은 유명 교수가 학생들과 서로 대화하는 사진을 볼 수 있지만, 정작 강의실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셋째, 식당 주차장에 주차요원이 상주하고, 입구에서 안내원이 웃음으로 맞으며 코트를 걸어주고, 웨이터들이 교대로 일하는 호화판 대형식당을 피한다. 유명 연예인ㆍ정치인들이 몰린다고 으스대고 뛰어난 서비스와 분위기를 자랑하지만 비싼 음식 값에 비해 의외로 맛이 뒤떨어진다는 이유다.

호화판 기숙사, 초대형 스타디움, 심지어 룸서비스를 자랑하는 대학일수록 건물 유지비, 스포츠 팀 운영비로 막대한 자금을 쓰지만, 인건비를 아끼려고 교수를 내보내고 시간강사와 대학원 학생으로 대신한다.

중요한 것은 잘라내고, 연극무대처럼 이미지 가꾸기에 치중하는 대학에 지원자들이 유혹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명성과 위대함의 차이를 분간하지 못해서일까. 아니면 과도한 기대로 인해 현실과 환상이 헷갈리는 것일까.

넷째, 매스컴에 유난스럽게 소개되는 맛집을 피한다. 일단 떠야 된다는 마케팅 전략으로 온갖 소음을 조작하는 식당에 등을 돌리는 것이다. 맛으로 승부를 내려고 노력하기보다 ‘노이즈 마케팅’수법으로 파워 블로거, 누리꾼, 댓글 하청업자, 매스컴 관계자 등을 고용하여 인터넷 음식점 평가 사이트를 도배하는 것을 미식가는 안다.

랭킹을 올려보려고 온갖 조작극을 벌이는 대학에 식상해 하지 않은 학생과 부모가 있을까.

미식가는 대중이 이용하는 평가 자료를 접고 자신이 직접 나선다. 인건비를 줄이려고 가족을 동원하고, 렌트비를 줄이려고 변두리 허접한 곳에서 맛으로 승부하는 맛집을 선호한다.

대학 순위와 지원자가 원하는 대학 환경은 전혀 다를 수 있다. 랭킹 자료를 밀치고 지원자 자신이 직접 캠퍼스를 방문하여 이모저모를 살피는 것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대학을 찾아내는 지름길이다.

음식점을 잘못 찾아가면 한끼를 망치지만 대학을 잘못 찾아가면 적어도 몇 년은 고생한다. 오늘의 명품 대학은 더 이상 학문의 발전과 학생의 성취에 의해 정해지지 않는다. 랭킹을 올리기 위해 투자한 광고비용에 따라 정해진다.

인지도는 위대함이 아니다. 명성과 인지도를 쫓는 지원자는 위대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초조한 공허함을 메우려는 몸부림이다. 공허감을 화려함으로 장식하면 할수록 더 깊은 공허감에 빠진다.


<대니얼 홍 교육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