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학교에서 돌아와 숙제를 하는 세 아이들 손엔 연필이 들려있다. 단단한 나무껍질에 싸인 가는 연필심은 그 재질이 흑연이다. 새카만 흑연이 서걱서걱 종이를 긁어내리며 제 몸을 쪼개 흔적을 남기고 있다. 난 멍하니 연필심을 보다가 느닷없이 엊그제 친구 생일파티에서 만난 언니들의 손가락에서 반짝이던 다이아몬드가 생각났다.
연필심과 다이아몬드 두 가지 모두 구성성분은 ‘탄소’이다. 탄소는 지구상의 생물을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원소이고 순수한 탄소는 여러 가지 결정구조로 존재하는데 무정형 상태부터, 다이아몬드나 흑연 같은 결정구조로도 존재한다.
탄소는 화학결합을 할 수 있는 전자를 네 개 가지고 있는데(팔 네 개가 달린 외계인 정도를 연상하면 좋을 것이다) 그 전자의 결합상태에 따라 물질의 성질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네 개의 손 모두가 다른 원자와 서로 맞잡은 것이 보석인 다이아몬드이고 그중 세 개의 손만 짝을 찾고 한손이 짝을 찾지 못한 것이 바로 흑연인 것이다.
그렇게 완전 결합이 이루어진 다이아몬드는 금속을 절단할 만큼 자연계에서는 가장 단단한 광물로서 변치 않는 보석으로 분류되어 사랑을 받고, 반면 흑연은 가냘픈 종이와 스쳐도 부서져 가루가 되어 버리는 연약한 점을 특징으로 또 다른 쓰임을 받는다. 하지만 이 둘 모두 탄소가 성분이라 하니 애들 연필심 꾹꾹 눌러 어떻게 나도 반짝이는 다이아 반지 하나 만들 수 없을까 부질없는 상상을 해 본다.
오늘 하루 난 내게 주어진 무엇과 손을 맞잡고 또 무엇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걸까. 내가 부지런히 손을 뻗어 붙잡는다고 애쓴 일이 완전결합이 되었을까 아니면 불완전 결합이 되었을까. 하지만 둘 중 어느 하나만이 더 나은 가치를 지니는 일은 아닐 것이다.
혹 내가 반짝이는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흑연일지라도 영향력 있게 혹 네가 흑연이 아닌 강한 다이아몬드라 해도 누군가 너무 아프지는 않게 우리 그렇게 하루를 또 감사함으로 살아갈 일이다. 아, 그나저나 나도 올해가 가기 전에 예쁜 다이아몬드 목걸이 하나 가질 수 있어야 할 텐데.
<강성희 /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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