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 아시모프는 “모든 지식에 관통한 소설가”라는 별명을 가졌다. 그의 소설 ‘파운데이션’은 수학-사회학자들이 세상을 움직이는 역학을 밝혀내 사회의 변화를 예측하고 인간을 구원하는 미래 사회를 그렸다. 세상 시작과 종말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거대한 망원경을 독자에게 선물하여 상상력의 극치를 그려낸 아시모프였지만, 그의 소설이 후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상상치 못했다.
한 예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프린스턴 교수인 폴 크루그먼은 학창 시절에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에 빠졌었다. 주인공 해리 셀던처럼 몰락 위기에 처한 은하제국을 구하는 역사심리학자가 되는 것을 꿈꾸었고, 대학 진학 후 그런 전공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과 가장 가까운 경제학을 선택했다.
소설에 빠지는 이유, 아니, 소설에 빠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발, 말발, 교양발 높이는 도움이가 되기 때문일까. 하지만 소설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도움을 주는 교양서적이나 실용서는 널려있다.
나아가 소설을 많이 읽었다고 글, 말, 교양 3중주가 자연스레 흘러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허구인줄 알면서도, 특히 머리속에 내장된 것으로 순위를 정하는 학교에 자신을 내맡긴 학생들이 소설과 친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소설 속 인물의 낯선 인생을 들여다봐서 딱히 얻는 것은 없다. 분노, 슬픔, 기쁨, 통쾌, 공포, 환상의 롤러코스터를 자주 타본다고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그러나 소설은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감정, 정서, 충동 비타민을 제공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네비게이터 역할을 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의 모습을 접함으로써 인간을 다각도에서 성찰하고 이해하게 한다. 그것이 바로 소설의 주특기인 관찰력, 통찰력, 상상력 형성이다.
요리책에 나온 요리법을 그대로 따라한다 해서 유명식당에서 만드는 요리와 똑같이 되지 않는다. 기술적으로 모방하기 힘든 정도를 나눠보면, 음식장식>조리기술>재료기술 순서가 된다. 뒤로 갈수록, 즉, 노하우가 재료기술에 숨어있기에 모방이 어려운 것이다.
대학 진학에서도 마찬 가지로, 어릴 때부터 소설을 통해 관찰력, 통찰력, 상상력을 키운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노하우를 지니게 될 것이다. 그것이 후에 색다른 발명, 작품, 사업, 기술을 낳게 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미셸과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부부는 다빈치, 아인스타인, 피카소, 스트라빈스키 등 남다른 성취를 이룬 인물들이 지닌 공통적 비밀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두고 연구한 결과 “그들은 관찰력, 통찰력, 상상력을 비롯한 13가지 생각의 도구를 지녔다”고 ‘생각의 탄생’이란 책에서 역설했다.
교양서적이나 교과서는 머리를 끄덕이게 하고 정답을 제시한다. 그러나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케 하고, 말할 수 없는 것을 말로 표현하는 소설은 가슴을 두드리고 빨아들인다. 논리나 이성이 지배했던 산업사회를 지나, 무의식, 직관, 심상이 주도하는 ‘개념시대 ‘(Conceptual Age)를 사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을 찾는 기술이 아니다. 본질을 직관적으로 관찰하고 심상을 파악하여 구도가 명확해 지면 그것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여 사람들에게 의미 있게 전달하는 기술이다.
2013년 새해는, 학교에서 주어진 문제의 해답을 찾느라 고생하는 학생이 아니라, 문제를 던지는 학생이 리드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소설의 지혜를 배우게 하자. 그 지혜는 모든 것을 질문하는데 있다. 그런 질문을 던지지 못한다면 사지선다형 세계에 머물 수밖에 없다.
<다니엘 홍 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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