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가 되는 해, 로버트 레드포드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인 LA에 실증을 느꼈다. 그 실증은 곧바로 행동으로 이어져 술을 마시고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침입하고, 뉴포트 길거리를 오물로 도배하기도 하고, 바닷가 아니면 시에라네바다 산맥으로 쏘다녔다. 개망나니 짓으로 유치장 신세도 졌다.
다행스럽게도, 한 가지 잘하는 운동인 야구덕분에 콜로라도 주립대에 장학금을 받고 진학했다. 투수로 활동하기 시작했으나 다시 망나니 버릇이 나타났다. 강의를 빼먹는 것은 물론 야구 연습도 거르고 술병만 두드려 댔다. 결국, 야구팀에서 퇴출당하고 대학에서도 퇴학당했다.
갈 곳 없는 그는 LA에 다시 돌아와 날품팔이 생활을 하며 돈을 모아 화가되기를 꿈꾸기 시작했다. 1955년, 가방 하나만 들고 무조건 유럽으로 건너갔다. 그림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하고 플로렌스, 파리에서 보헤미안들과 어울리며 18개월을 지냈지만 이렇다 할 작품을 내지 못했다.
거기서 삶의 벼랑을 만난 레드포드는 인생의 의미를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로 다시 돌아와 결혼을 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이 시작되었다. “술을 끊고 그림 그리기를 다시 시작하라”는 부인의 간청에 따라 뉴욕으로 이사한 후프렛 아트스쿨에 등록했다. 밤 청소와 우편정리 일로 학비를 대며 몇 학기를 버텨보았지만 그림에 소질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꼼꼼한 기술을 배우는 참을성이 부족했던 것이다.
또 다른 벼랑에 선 레드포드는 우연히 극장 무대장식 강의를 들었다. 수업에 재미를 느낀 그는 교수에게 자주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지기 시작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교수는 브로드웨이 스테이지 감독이었다. 교수의 소개로 레드포드는 한 연극의 작은 역할을 맡게 되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연기를 하며 자신의 끼를 발견했다. 그는 영화 ‘스팅’에 폴 뉴먼과 출연하여 연기자로서 자리매김을 했고, 선댄스 영화제를 창설했다.
22세가 될 때까지 레드포드의 삶은 방목상태였다. 만일, 오늘의 타이거 맘, 헬레콥터 맘, 제설차 맘이 그의 부모였다면 방황하는 자녀를 기다리지 못했을 것이다. 당장 불러들여 홀랜드 진로 탐색검사, 브리그스-마이어 적성검사를 치르게 하거나, 역학자, 점성술사, 글씨체 분석자를 동원하여 대학 전공을 정해 밀어붙였을 것이다.
인간 이성을 동원하여 기계적인 방법으로 학생의 장래를 결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본래, 인생이란 것이 본 영화를 시작하기 전 예고편을 맛보기로 보여주는 영화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예고 없이 다가오고 변하는 것이 삶이다. 그것에 순응, 반응, 적응함으로, 즉, 정반합의 예스/노를 거치며 자신의 길을 개척한 것이 성공한 사람들의 패턴이다. 마치 소설 이야기처럼, 그들은 어떤 계기(그것도 우연히)를 통해 터닝포인트를 만났다.
터닝포인트가 불현듯 다가왔을 때 그것을 인식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자신을 속여 온 거짓말에서 해방되기를 알게 모르게 꾸준히 연습한 결과다. 즉, 인맥이 없다, 가방끈이 짧다, 태생이 그렇다, 환경이 협조하지 않는다, 이미 다 해봤다, 성격이 받혀주지 않는다 등등 위축감을 주는 거짓말에서 하나씩 둘씩 자신을 베어냈다.
쉽고, 안정되고, 편안한 길을 제시하는 것이 거짓말의 속성이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오랫동안 끊임없이 되뇌고 전승한 거짓말이라서 우리는 아무런 의심 없이 그것을 다운로드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길의 끝에는 두려움, 무력함, 자포자기가 기다리고 있다. 그런 거짓말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고춧가루, 온갖 양념, 배추를 준비하고 버무리는 과정을 버겁게 여긴다. 끝에 맛있는 김치가 탄생하는데도.
<다니엘 홍 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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