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될수록 나는 왠지 모르게 아쉽고 허전하고 홀로 서 있는 느낌이 든다.
물론 처와 자식이 옆에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 인생은 누구나 홀로 걸어 갈 수 밖에 없는 쓸쓸한 삶의 길을 살아가야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허지만 사람은 누구나 마음이 힘들 때나 몸이 편치 않을 때 또는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마음을 의지할 수 있고 큰 힘이 되어 줄 동반자 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 할 것이다.
이민 초기에 우리 가족은 미국이라는 새로운 삶의 터전에서 적응하고 경제적 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쉴 새 없이 달려왔다. 시간이 흘러 비로소 조금씩 생활의 여유가 생기게 되었고 그간 힘들게 살아왔던 고난의 여정을 한풀이 겸 마음 속에 있는 것들을 하나 둘씩 꺼내어 누군가에게 숨김없이 털어 놓고 싶어졌다. 하지만 뒤늦게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교회와 여러 모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알아가고 때로는 웃고 즐기며 서로의 애환을 나눠 보기도 하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래도 이런 가운데에도 어느 정도 허와 실이 병행하기 때문에 진심으로 속마음을 다 털어 놓고 말 할 친구나 같이 동행할 사람을 새로이 사귄다는 것은 어렵게 느껴졌다. 여러 번 시도를 했지만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와 함께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동행이 있다면 그 사람은 큰 축복을 받은 것이다.
어떤 철학자는 “친구를 대할 때는 어떤 경우라도 가슴 속에 저울을 품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 또한 가슴 속에 그런 저울을 품고 있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과연 나는 믿고 신뢰 할 수 있는 친구, 언제라도 불러 낼 수 있고 싫은 소리도 부담 없이 들어주거나, 추억을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친구, 서로의 삶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있기나 한가를 생각해 본다. 미국에서 삶의 뿌리를 내린지도 벌써 수십년이 훨씬 지나고 있지만 이곳에는 지금까지 진심으로 이야기 할 친구 하나 없다.
비록 여기에는 그런 친구가 아직 없지만, 다행히도 나에겐 서울에 두고 온 네 명의 친구가 있다. 이들이 바로 정신적으로나 그 이상으로 끝까지 서로의 삶이 다 할 때까지 동행할 수 있는 죽마고우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이들을 생각하며 그리워 하고 있던 어느 날 초인종 소리가 적막한 아침 분위기를 뒤흔들어 놓았다.
문을 열어 보았더니 작은 소포 뭉치 하나가 놓여있었다. 급히 발송인을 확인해 보니 네명 중 한 명의 친구로 부터 온 소포였고 그 안에는 5권의 책과 귀여운 몇 개의 소품들이 있었다.
그리고 하얀 종이 위에는 “그리운 친구여, 3-4년 동안 모아든 시집과 수필집이니 마음을 닦고 외로움을 달래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소” 라고 쓰여 있었다.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것은 나에게는 정말이지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음속으로 “진심으로 고맙네 친구여”라고 속삭였다.
그와 같은 친구가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며 그러한 응원과 함께 앞으로 나의 삶이 보다 더 즐거움으로 가득 할 것 같은 생각에 기쁨 마음을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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