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한 삶
▶ 이상화 <자생한방병원 어바인 분원장>
병원에 내원하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하나같이 통증을 호소한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통증은 때로 실보다는 득이 되는 경우가 있음을 알 필요가 있다. 만약 사람이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인류는 생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만상은 통증을 느끼고 있으며 심지어는 식물까지도 통증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을 정도다. 실제로 통증은 우리로 하여금 위기상황에 대처하게 해준다. 일종의 자위기능이며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경고신호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고마운 손님이지만 결코 반가운 손님은 아니다.
한방적으로 해석해 보자. 통(痛)이란 통(通)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통즉불통, 불통즉통이라고 한다. 여기서 통한다 통하지 않는다는 경락에 흐르는 기의 흐름을 말하며 막혀서 통하지 않는 곳이 있을 때 아프게 되는 것이다. 또한 기의 문제는 혈의 흐름을 막게 되므로 기혈이 막혔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통증과 동시에 혈액순환이 잘 안 된다는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한의원에 내원하는 많은 환자들이 “침을 맞으면 왜 나아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대부분의 경우 양방적인 메커니즘을 이용한 논리적인 설명을 원하지만 실상 기혈의 문제는 단순히 수치적인 설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마치 스트레스를 받으면 왜 심혈관 질환이나 대사성 증후군 등 성인병이 증가하느냐고 묻는 것과 같은 것이다.
현대인은 머리가 아프면 CT를 찍기 원하고, 팔다리, 허리가 아프면 X-ray를 찍어서 알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것은 이상이 있어도 걱정이고, 없어도 걱정이다. 이상이 생기면 다시 원상태로 될 수 있느냐가 관심이고, 이상이 없다고 하면 왜 아프냐고 되묻는다.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의학적으로 검사에 이상이 있다고 반드시 아픈 것도 아니고, 이상이 없다고 반드시 안 아픈 것은 아니다. 이상이 없다고 해도 본인이 증상을 호소한다면 어딘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것을 한의학에서는 기상통이라 하여 기가 상하면 아프다고 한다. 기혈이 잘 통하지 않는 곳이 있으면 양방에서 보는 형태상의 변화는 없을지 몰라도 환자는 불편함을 호소하게 되는 것이다. 즉, 몸의 기능상 이상이 있을 경우 통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것이 지속될 경우 X-ray나 CT에서 보는 형태적인 변화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현대 의학적으로 신체적으로 충격이 주어지면 말초기관에 저장된 프로스타그란딘과 브라디키닌이 분비되어 말초신경을 자극해 척수를 거쳐 대뇌에 전달됨으로 우리는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효소는 손상 부위를 붓게 하고, 발적을 일으키며, 세균의 침입을 방어하는 구실도 한다. 하지만 통증환자들이 알아야 할 것은 참을 만한 통증에 무조건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적 고통을 없애주고 숙면을 취하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진통제를 복용하고 나은 것으로 착각하고 함부로 몸을 움직이다 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통증은 그 종류도 다양하고 원인도 각양각색이다. 염증성 통증의 경우 붓고 열이 나고 아픈 것이 일반적이나 환자들은 교과서적인 증상보다는 쓰리다, 시리다, 저리다, 아프다, 뻐근하다, 우리하다, 당긴다 등 다양한 표현을 사용한다. 이것은 각 증상별 원인이 다르다는 것이고 자로 잰듯이 통증질환을 구분할 수 없다는 의미도 된다.
통증이 빨리 쫓아내야 할 손님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어쩌다가 한 번씩 오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자꾸 버릇이 되면 단골손님이 된다. 무조건 아픈 것을 참는 것이 미덕이라고 믿기보다는 일찍부터 통증의 원인을 구별하여 감사의 신호로 여길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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