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토요일 우편배달이 오는 8월부터 중단된다는 발표가 있었다. 소포는 토요일에도 계속 배달되지만 경비 절감을 위해 보통 편지는 8월부터 토요일 배달이 중단된다.
컴퓨터를 이용한 이메일이나 온라인 송수신이 확산되고 있어 편지를 우편으로 주고받는 일이 급격히 감소하는 가운데 미국 우정국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이에 150년을 지속해 오던 토요일 우편배달이 중단되게 된 것이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아 세상이 바뀌고 있구나’‘미국도 변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월이 흐르면서 모든 것이 변하고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미국에서 살면서 겪는 변화는 새삼 절실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아는 미국사회는 한국처럼 급변, 속변 하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미국사회는 고집스럽다 할 만큼 변화를 거부하는 측면이 많이 있다. 세계 각국이 거의 예외 없이 미터법과 섭씨온도, 220V 전압, A4 규격용지 등을 쓰고 있는데 미국은 아직도 야드-파운드와 화씨, 110V, 레터사이즈 용지 등을 고집하면서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여러 나라가 주민들의 신원소재를 등록시키고 그 신분을 확인하는 주민증 같은 것을 발급하고 있지만 미국에는 아직도 그런 제도가 없다. 이제 역사적 유물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개인의 총기소유도 미국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나 시스템뿐 아니라 미국인들의 가치관이나 성향, 버릇 중에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많이 있다. 거의 모든 사람을 이름으로 부르는 것, 회사가 직원을 아무 때나 해고할 수 있는 것, 거의 모든 집을 나무로 짓는 것, 자동차 여행을 즐기는 것, 컨추리와 록큰롤 음악을 좋아하는 것, 음식 양이 많은 것, 상점이나 공항이나 우체국이나 놀이공원이나 어디서나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것 등이다.
형식과 겉모양에 매달리지 않고 일의 핵심과 내용을 중요시하는 것, 일처리에서 부터 옷차림에 이르기까지 실용적이고 간편한 것을 추구하는 것, 개인의 자유, 권리, 프라이버시 등을 중요시하고 독립성, 개방성, 포용성, 창의성, 탐구성을 기리는 것, 그리고 이런 것들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희생하려는 것 등 미국인들의 고유한 속성과 성향 중에도 변하지 않고 계속되는 것이 많이 있다.
하지만 토요일 우편배달이 없어지는 것처럼 미국에서도 여러 가지가 바뀌고 변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 개스 값이 크게 올랐다는 것은 그렇다 치고, 결혼과 가정이라는 시스템이 변하면서 편부모, 양부모 가정이 똑같이 주류가 되다시피 변했고 동성결합으로 전통적 부부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잘 알려진 대로 미국의 피부색이 많이 변했고 또 계속 변하고 있다. 백인 주류였던 미국사회는 이제 히스패닉, 흑인, 동양인을 합친 인구가 44.5%에 달해 ‘덜’ 하얗게 되었다. 피부색 뿐 아니라 미국인들의 체구도 달라졌다. 지난 20~30년 사이 미국인들은 많이 뚱뚱해졌다.
토요일 우편배달의 중단은 우리에게 불편을 주는 변화이지만 지금 미국에서는 그보다 훨씬 중요하고 심각한 변화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4년 전 처음으로 비 백인을 대통령으로 뽑았던 미국은 그로써 엄청난 변화를 택한 셈이지만 그 대통령을 다시 뽑음으로써 미국은 변화를 계속하게 되었다. 그래서 오바마의 재선이 미국 역사상 워싱턴의 독립전쟁이나 링컨의 남북전쟁 승리와 노예해방에 버금가는 큰 ‘사건’이자 변화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가치관, 사회적 기준, 그리고 개인들의 성향과 버릇도 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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