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젊은이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장은 구글이다. 경제잡지 포천이 ‘일하기 좋은 전국 최고 회사’로 2년 거푸 꼽았다. 그런데, 워싱턴주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아니다. 아마존닷컴도 아니고 스타벅스도 아니다. 포천지의 2013년 명단에 MS는 75위, 스타벅스는 94위에 턱걸이 했고, 아마존은 아예 끼지도 못했다.
워싱턴주의 최고직장은 약간 생소한 REI다. 등산, 캠핑, 카누, 스키, 산악자전거 등 레크리에이션 장비를 전문 판매하는 회사다. 한국에까지도 알려져 있다. 종업원이 1만여 명으로 MS의 5분의 1, 스타벅스의 10분의 1에도 훨씬 못 미치지만 1998년부터 15년 연속 전국 100대 최고직장에 낀다. 올해는 17위이지만 작년엔 8위, 2011년엔 9위였다.
REI가 좋은 회사인 건 나도 체험했다. 얼마 전에 아내가 REI 본점에서 산 플란넬 등산복의 소매단추 하나가 어디선지 떨어져 나갔다. 구입 후 몇 주 지났지만 혹시나 하고 가져갔다. 점원은 컴퓨터로 내 회원번호를 점검해 구입 사실을 확인하고는 두말없이 반환해줬다. 두어 달 신은 등산화가 안 맞는다며 가져간 등산회 동료에게도 기꺼이 반환해줬다.
REI는 이익을 회원과 종업원들에게 철저히 분배한다. 지난 2011년엔 470만여 회원에게 거의 1억 달러를 되돌려줬다. 종업원들에게는 1,490만 달러를 성과급으로, 1,320만 달러를 이익수당 및 퇴직금으로 지급했다. 풀타임은 물론 파트타임 종업원들에게도 의료보험 혜택을 준다. 종업원들이 물건을 구입하면 값을 할인해주고 장비도 무료로 대여해준다.
시애틀 등산광 로이드 앤더슨이 부인 매리와 함께 1938년 유럽에서 등산장비를 수입해 동료들에게 보급하려고 협동조합(Co-op)으로 만든 REI는 75년이 지난 오늘 전국 29개 주에 122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매출액 18억 달러, 순익 1억1,620만 달러를 기록했다. 평생회비로 20달러를 내는 회원이 작년에만 84만2,000여명이나 늘었다.
REI를 좋은 회사로 만든 사람은 샐리 주얼 CEO(최고 경영자)이다. 그녀는 2005년 취임 후 6년 만에 연매출액을 10억에서 18억으로 거의 두배 늘렸다. 그녀가 처음 COO(최고 운영자)로 영입된 2000년엔 REI 적자가 1,100만 달러에 달했었다. 극심한 경기침체 기간에 REI가 전국 100대 최고회사 명단의 상순위를 고수한 건 순전히 주얼의 수완 덕분이다.
주얼과 REI는 천생연분이다. 워싱턴주 토박이인 그녀는 어려서부터 산을 탔다. 레이니어 정상을 16살 때 처음 정복한 후 여러 번 더 올랐다. 53세였던 3년 전에도 올랐다. 나에겐 지옥 길 같은 메일박스가 그녀의 단골코스다. 남극 고봉들을 한달 걸려 등정했다. 스키, 카약, 보트조종, 암벽타기 등 거의 모든 야외 스포츠에 수준급 실력을 갖추고 있다.
영국태생인 주얼은 4살 이후 줄곧 시애틀에서 자랐다. 워싱턴대학(기계공학 전공)을 나와 오클라호마의 모빌석유에서 3년간 일한 후 시애틀로 돌아와 레이니어 뱅크에 입사했다. 워싱턴 뮤추얼로 옮긴 1996년 REI 이사로 발탁됐고 2000년 COO로 영입돼 2005년 CEO로 승진했다. 환경주의자로서 생산, 금융, 판매 분야를 섭렵한 전천후 경영인이 됐다.
그 주얼을 오바마 대통령이, 뜻밖이지만 매우 적절하게도 신임 내무장관으로 지명했다. 오바마 2기 내각의 첫 여성장관이다. 내무장관직도 그녀에겐 천생연분이다. 모든 국립공원을 포함한 미국 땅덩어리의 5분의 1(500억 에이커)과 자원의 보고인 대륙붕 17억 에이커를 관리하는 자리다. 환경문제와 직결된 알래스카 석유시추 문제부터 당장 손 봐야한다.
시애틀타임스는 ‘주얼(Jewell)의 선택은 보석(Jewel)의 선택’이라며 환영했다. 유류업계도, 환경단체들도 그녀가 최상의 적임자라며 한 목소리로 지지했다. 한국의 박근혜 당선인도 주얼 같은 보석을 새 정부 일꾼으로 지명해 만민의 환영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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