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있게 먼저 통과 시킵시다.”(‘pass the bill so you can find out what’s in it’) - 낸시 펠로시 전 연방하원의장
2010년 11월 중간 선거가 치러지기 전 연방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던 민주당에서 급조해 밀어붙인 건강보험 개혁안이 서서히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진보 성향의 LA타임스지가 지난 주말 1면 머리기사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으로까지 발전되었다.
3년 전 가주 최대 건강보험사 앤섬 블루 크로스에 가입한 고객의 경우를 살펴보자. 3인 가족 3,500달러 공제액에 평생한도 600만달러, 임신, 출산 혜택이 없는 플랜으로 월 240달러에 시작했다. 지금은 공제액 6,000달러 플랜으로 다운 그레이드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료는 오히려 월 450달러로 올랐다.
평생 한도액이 없어지고 임신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임신, 출산 혜택까지 포함된 포괄적 플랜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남성이나 임신이 불가능한 60세 여성이 가임연령 여성 보험료를 보조해 주고 있는 형국이다.
내년 첫날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건보 개혁안 4계층 플랜 중 가장 저렴한 브론즈 2와 맞는 플랜으로 옮기는 경우 올 10월1일 보험료가 산정되는데 공제액은 약간 내려가지만 예상되는 월 보험료는 700달러 이상이다. 보험을 취소한 후 미가입 벌금을 내고 차액으로 매년 가족이 한국에 나가 종합검진을 받고 오겠다는 고객의 말에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형편이 되었다.
그룹 건강보험은 시간당 임금을 받는 대부분의 저소득층 근로자들에게 더욱 심각하게 전개 되고 있다. 던킨 도너츠에서는 풀타임 직원의 정의를 주 30시간에서 40시간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고, 웬디스, 타코벨 등 많은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많은 직원들의 시간을 줄여 파트타임 직원으로 전환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랄프스 수퍼마켓의 모기업 크로거에서는 직원 일인당 2,000달러의 벌금을 내고 건강 보험 혜택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예상되는 직원 일인당 연평균 4,600달러, 한 가족 당 1만1,000달러의 보험료를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한인 업체의 경우 올 연말 55명의 풀타임 직원 중 10명 정도를 해고해 그룹 건강 보험 의무 가입 조항을 비껴갈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포괄적 건강 보험 혜택을 모든 국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겠다던 오바마케어는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중산층에게는 보험료 폭탄으로, 시간당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저소득층에게는 근무 시간의 축소내지는 ‘잡 킬러’(job killer)로 다가오는 암울한 현실을 맞이하게 되었다.
오바마케어의 의도는 선한 것이었겠지만 현실은 국민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잘못된 플랜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너무 급하게 먹다보면 꼭 체하게 되는 법이다. 꼼꼼한 검토 없이 우선 통과시키는 데만 혈안이 됐던 민주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 자신이 첫 임기 최대의 치적으로 내세우는 오바마케어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드러난 문제점보다 더 나쁜 것은 문제점을 외면하면서 개선 노력을 회피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대통령이 먼저 솔직하게 문제의 심각성을 시인하고 총체적 개편 논의를 시작해 주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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