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어떤 신부님의 신앙에 대한 강론 내용 중에 이런 구절이 생각난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람한테 불타는 신앙심은 마치 빨래 통에서 빨래가 바짝 쥐어 짜이듯 건강이나, 재정이나, 직장문제 등으로 극박한 상황에 접했을 때 빠져 나오려는 의도에서 생길 수 있다.”
건강을 위한 운동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젊었을 때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재미가 있어서 축구, 농구, 테니스 등을 간간히 즐겼다.
그때는 늘 건강했기 때문에 운동을 꼭 해야겠다는 강박관념도 없었다. 그러다 30대 중반부터 차츰 건강에 적신호가 오기 시작하여 육체적, 정신적 괴로움을 겪기 시작 하였다.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하니, 마치 눈덩이가 뭉쳐지듯이 점점 심해져갔다.
처음에는 소화불량으로 시작하여 편두통, 요통, 변비, 나중에는 불면증으로 진전되어 우울증으로 까지 진전되었다. 이러한 건강문제를 신앙으로 치유하려고 성당에서 개최되는 각종 피정에 참가하여 내 일생에서 가장 많은 기도를 하였다. 그러나 건강은 회복되지 않았고 더욱 악화 되었다.
이런 가운데 플리 마켓(flea market)에서 우연히 발견한 시한박사의 테이프를 듣고 운동을 꾸준히 시작하여 2-3년 만에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었고 아직까지 운동을 계속하며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다.
몇 년 전에 주위에 친분이 있는 신부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의 경험담을 말하게 되었다. 그 당시 내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완전히 궁지에 몰려있을 때 그렇게 많은 피정을 따라 다니고, 통성기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님은 아무런 해결책을 주지 않으셨다고. 그때 그 신부님의 답변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 “그 당시 주님은 기적을 일으켜 형제님의 병을 고쳐주실 수도 있었지만, 그보다 형제님을 그 벼룩시장으로 인도해 그 시한박사의 테이프를 듣게 하여 운동을 통해서 병을 고쳤을 뿐 아니라,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운동을 통해서 건강을 유지하게끔 하시려는 그러한 깊은 뜻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 신부님의 말씀을 듣고, 나 자신의 신앙심이 얼마나 얄팍한가를 새삼 느꼈다. 그리고 내가 운동을 통해서 새로운 삶을 얻은 것을 오로지 시한박사의 테이프 덕분으로 생각했지, 20년 전 어느 날 여름 아침 그곳으로 인도한 주님에게는 전혀 고맙다는 기도 한마디 못 드린 나를 자책하게 되었다.
사실 그때 피정에서 기적이 있어 나의 병이 완치가 되었다면, 오늘날 까지 이렇게 열심히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내 환자들을 비롯한 많은 주위 사람들에게도 운동을 하라고 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주위사람들 한테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1-2 마일도 뛰기 힘든데 26마일을 어떻게 뜁니까?” 내 답변은 간단하다. ‘마라톤 훈련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랜 세월을 두고 차츰 거리를 늘려나가면, 본인도 모르게 체력도 향상되고 몸도 단련되어서 장거리를 뛸 수 있게 되는 것 입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오랜 세월 동안 기도와 성경읽기,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선행을 늘 베푸는 가운데 성숙한 신앙심이 형성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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