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박근혜는 마침내 청와대로 다시 들어갔다. 총탄에 아버지를 잃고 쫓기듯이 나온 지 만 33년 만의 일이다. 그것도 이번에는 누구의 아내나 딸이 아니라 국민에 의해 뽑힌 대통령의 자격으로 말이다. 대통령 집무실에 앉은 박근혜의 감개가 무량했을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것은 아버지 덕이란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박정희 독재 때 고생한 인사들과 좌파의 혹독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다수 국민들은 그가 아프리카 수준의 가난한 나라를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끌어올린 공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국민들이 그녀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은 박정희가 이룬 ‘한강의 기적’을 그 딸도 다시 한 번 일궈내기를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도 취임사에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데 최선을 다할 것을 거듭 다짐했다.
그러나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또 하나의 정희가 있다. 현재 통합진보당의 대표로 있는 이정희가 그 사람이다. 0.7% 국민의 지지를 자랑하던 이정희는 대선 후보 토론에 나와 대한민국 정부를 “남쪽 정부”라 부르고 박정희를 깎아내리는데 기염을 토했으며 박근혜 보고는 “당신을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공개 석상에서 다른 후보 면전에 대고 이런 말을 한 후보는 아마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는 대선 후보에게 지원되는 국고 27억을 챙겨 가지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본인은 상대 후보를 실컷 모욕하고 돈까지 챙겼으니 ‘꿩 먹고 알 먹고’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녀의 이런 행태는 다수 국민들에게 심한 거부감을 줬다.
유신 시대를 직접 경험하고 1987년 민주 항쟁 때 ‘넥타이 부대’라 불리며 거리로 뛰쳐나왔던 50대가 민주 국가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90%라는 투표율을 보이며 박근혜에 몰표를 줘 당선시킨 데는 이정희만한 일등공신이 없다. 이정희가 이렇게 설쳐대는 동안 문재인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가만히 주저앉아 그 존재의 미미함만 드러냈다.
이정희는 통합진보당의 당내 선거 부정과 같은 당원에 대한 조직적인 폭력 사태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그녀는 이들 사태가 터진 후 “침묵의 형벌을 달게 받겠다”더니 소리 없이 당 대선 후보가 되고 당 대표가 되고 ‘먹튀’의 달인이 됐다. 부정 선거에 대한 죄의식이 없는 것이나 같은 당원이라도 노선이 다르면 무자비하게 보복하는 것, 정치일선에서 물러날 것처럼 하다 다시 나오는 것 모두 그녀가 끔찍이 싫어하는 박정희와 매우 닮았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박정희의 정신적 적자다.
지난 대선 때 일부 좌파 운동권은 박정희 허수아비를 들고 나와 박근혜가 되면 유신시대가 재림할 것처럼 선전했으나 대다수 국민들은 이를 믿지 않았다. 촛불 시위 한 번에 벌벌 떠는 이명박 정부를 직접 눈으로 본 이들에게 전혀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박정희의 시대는 이제 갔다. 오직 그를 빼닮은 이정희와 그 무리들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이들은 30여 년 전 저질러진 박정희의 인권 탄압은 기억하면서 그보다 몇 십 배 잔악하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한의 인권 유린에 대해서는 눈이 멀어 있다. 3대째 계속되고 있는 북한 김씨 왕조 세습에 대해서도, 한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미군이 저지른 교통사고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한미자유무역 협정과 같이 미국과 관련된 이슈만 있으면 반미 책동을 벌여 한국 안보와 경제 성장의 바탕인 한미동맹을 깨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미국에서 입지전적 인물인 김종훈 장관 영입을 둘러싸고 통진당이 보여준 모습은 이들의 사고방식이 조금도 바뀌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국민들은 지난 대선 때 박근혜를 선택함으로써 이정희와 그 일파에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박근혜를 낳은 것은 박정희지만 그녀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것은 이정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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