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여, 나는 시인으로 여러분의 앞에 보이는 것을 부끄러워합니다.
여러분이 나의 시를 읽을 때에. 나는 슬퍼하고 스스로 슬퍼할 줄을 압니다.
나는 나의 시를 독자의 자손에게까지 읽히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때에는 나의 시를 읽는 것이 늦은 봄의 꽃수풀에 앉아서, 마른 국화를
비벼서 코에 대는 것과 같을른지 모르것습니다.
밤은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겄습니다.
설악산의 무거운 그림자는 엷어갑니다.
새벽종을 기다리면서 붓을 던집니다.
한용운(1879-1944)‘독자에게‘ 전문
-----------------------------------------------------------------
일제 강점기의 시인이며 승려이며 독립 운동가였던 만해의 시를 읽는다. 험난한 근대사 속의 가장 아름다운 지식인이며 행동가였던 그는 안타깝게도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고 타계했다. 그래서일까 시집 [님의 침묵]의 뒤에 실린 이 글은 더욱 아련한 슬픔을 전한다. 조국을 되찾고 나면 그의 시들은 읽히지 않아도 진정 좋으리란 생각을 했던 것일까. 아직은 새벽에 이르지 않은 시간, 종소리를 기다리며 붓을 놓는 님, 뜨거운 조국에의 사랑과 광복에의 염원이 여명 속을 슬프고도 당당하게 번져가고 있다.
임혜신<시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