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은 더 이상 ‘상아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교육 기관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꽃’이라는 미국 별명에 어울리게 ‘교육’이라는 간판을 앞세우고 뒤로는 철저한 이익추구와 마케팅 정신으로 무장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그것은 대학의 신입생 선발과정과 지원을 유도하는 초청장에 명백히 보인다.
미국 대학들이 순수하게 학업성적으로만 신입생을 뽑지 않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 역사는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 거주하던 유대인들이 미국으로 대거 이주하여 앵글로색슨계 백인 개신교도(WASP)들이 설립한 대학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1920년대 초 컬럼비아 대학은 신입생 40% 이상이 유대인 학생이었고, 하버드는 1900년 7%에 불과하던 유대인 신입생이 1922년도에 22%로 급격히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을 막기 위해 하버드ㆍ예일ㆍ프린스턴의 반유대주의 학장들이 머리를 맞대어 고안한 방법이 바로 SAT, 그리고 인격ㆍ리더십ㆍ학교활동ㆍ봉사활동ㆍ추천서ㆍ에세이 등 주관적 요소를 입학사정에 포함시킨 것이다. 1920년 까지 고교성적과 입학시험으로만 평가하던 객관적 입시제도가 유대인 봉쇄전략으로 인해 순식간에 주관성을 띠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 1925년 28%에 이르던 하버드의 유대인 입학생이 1933년에는 12%로 급감했다.
어제의 인종차별 신입생 선발은 오늘의 이익추구 선발 형태로 이름만 바뀌었다. 이윤추구 기업들이 자사에 도움 되는 지원자를 채용하는 것과 마찬 가지로, 대학에 이익이 되고 대학이름을 빛내줄 지원자를 우선순위로 가려낸다.
대학을 위해 유효한 인재는 누구일까. 학업성적이 뛰어나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하고 박사학위를 받고 노벨상을 따내기 까지 수십 년 걸려 학교 이름을 빛낼 수 있는 지원자일까. 아니면 입학 후 곧바로 대학의 명성을 높일 수 있는 운동선수 혹은 기부금이 보장되는 동문 자녀일까.
특히 잘나가는 운동선수의 입학순위는 ‘0’순위다. 매스컴을 통해 학교를 선전하려면 수백 수천만 달러라는 비용을 치러야 하지만, 운동선수들은 매 경기 때마다 자신의 대학을 무료로 선전해주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성적과 표준시험 점수로는 자격미달이지만 아버지인 빌 프리스트 상원의원이 학생회관 건물의 설립비용을 부담했다는 이유로 입학시킨 프린스턴 대학, 석유사업 거부로부터 기부금 2,500만 달러를 접수하고 그의 딸을 등록시킨 스탠포드, 할리웃 유명 배우들의 자녀들을 입학시킨 후 그들이 쉽게 졸업하도록 호의를 베푸는 듀크 그리고 브라운 대학의 입학사정 정책이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이런 이유들로 우수한 학업성적으로만 진학 하려는 학생들에게는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입학경쟁률보다 훨씬 어려운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대학 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학업능력도 없는 학생들에게까지 지원을 종용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전국 대학들이 매년 1억 달러 이상을 광고비로 지출하는데 있다.
유명 동문의 이름까지 빌려 개인적인 관심을 쏟는 듯한 그럴싸한 편지를 보내기도 하는 대학의 초청장은 무엇을 뜻할까. 광고대행 업체의 상술로 가득 찬 그 편지는 지원자수를 늘려 다른 대학보다 경쟁력이 있는 학교로 보이려는 속셈이다.
매년 3월이 되면 대학은 “우리는 올해 00%의 지원자를 불합격시켰다”로 어깨를 으쓱하고, 합격자들은 ‘낮은 입학률=명문대학’이라는 엉터리 방정식에 현혹된다. 그렇지만 캠퍼스 울타리 안의 현실은 이렇다. 마케팅에 정신없는 대학 행정당국, 종신직 임용을 위해 연구기금 따오기에 급급한 교수, 뚜렷한 목표 없이 농구장에서 소리 지르고 있는 재학생들. 이들이 서로 엉켜 “이런들 어떠 하리, 저런들 어떠 하리”를 노래하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