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돈 얘기를 하는 것에 대해 항상 불편해 했을까.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 자체를 일종의 ‘비도덕적 탐욕’이라고 여기게 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관심 있는 도서 목록에서도 자기계발 도서들은 한번도 올라 본 적이 없으며, 성공이나 부자에 대한 키워드들은 모두 개인적인 이익에 준하는 것들로 치부되었다.
그렇다고 가난을 추구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부자들을 볼 때 그들이 부자가 된 수단과 방법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보다는 그것이 암묵적으로 불공정한 분배의 결과라고 판단을 단순화했고, 부에 대한 판단은 오직 도덕적 기준으로만 계산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내가 도덕적이거나 공정한 분배를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경제적 관념에 있어서 어쩌면 무능한 성인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없었으며, 번 돈에 대한 재정관리에 관심이 없었고, 미래를 위한 재투자 계획도 없었다. 결국 돈을 화제로 삼지 않으며, 돈을 적극적으로 벌어본 적도 적극적으로 재분배해 본적도 없이 나는 속물적이지 않다는 일종의 위안을 얻었던 것 같다.
그러니 적극적이며 구체적인 경제활동 보다는 이념적인 부의 체제가 더 큰 관심사였고, 경제를 ‘실천’한 게 아니라 경제학이 빠진 철학으로만 ‘사고’했었다.
유태인들은 아이가 13살이 되면 일종의 기부금을 선사한다고 한다. 한번 쓰고 마는 소모품을 선물하기보다 아이가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일종의 종자돈을 마련해 줌으로써 돈에 대한 확실한 개념을 심어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아이가 성인이 되는 신체적 성장과 정신적 성숙을 축하하는 것을 넘어서 경제적 주체로 경제관념을 갖기를 원하는 그들의 계획과 교육이 담겨 있다. 경제적 관념은 제대로 교육하고 실천하게 해야 할 중요한 의제라는 관점이다.
물론 부의 축적이 개인의 영화와 개인적 소비의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불운한 일이다. 아무리 개인적 선택이 존중하다 해도 적극적 경제 주체들이 개인만 생각하고 사회적 차원에서 부의 재분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심각한 사회구조적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를 야기시킨다.
따라서 문제는 다시 부의 재분배로 돌아온다. 그런데 부의 재분배를 생각하면 나는 적극적인 경제 주체로 나섰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회의가 든다. 최소한 적극적인 경제 주체로 사는 것을 비도적인 것으로 여기지는 말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돈에 대한 체계적 교육 없이 저축과 절약만 강조되는 가르침은 종종 많이 갖지 않고 소박하게 소비해야 한다는 금욕주의적 관점으로 모아진다. 소박함도 좋고 검소함도 좋다. 여기서 문제는 돈을 얼마나 어떻게 벌 것인지, 어떻게 모으고 키워 나갈 것인지,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전체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거부했던 교육을 이제는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돈에 대한 얘기는 천박한 것이 아니며, 부를 축적하는 것은 비도덕적인 것이 아니며, 이를 위한 평생의 계획이 나의 인생의 평생 계획 중 하나로 들어가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이다. 그냥 단순히 부를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돈에 대한 제대로 된 훈련을 물려주고 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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