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페어 뺏기고 폭행·지병 방치 등 신고 잇따라
평소 당뇨병을 앓아왔던 한인 박모(74)씨는 최근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로 긴급 이송됐다. 박씨는 거동이 불편한 가운데 딸의 가족과 함께 살아왔는데, 관계 당국이 조사해 보니 가족들의 냉대 속에서 당뇨병 약도 제때 복용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재정문제로 딸과 사위간 불화가 생기면서 박씨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인 최모(81)씨는 정부로부터 지급받던 웰페어 보조금을 매달 아들에게 빼앗기고 있다며 관련기관에 상담을 청해 왔다. 이 노인은 최근 사업 부진으로 생활고를 겪고 있는 아들이 돈을 빼앗아 항의하자 폭행까지 당했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뉴욕일원 한인사회에서 일부 자녀와 가족들의 노인 학대 사례가 도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실제로 와일 코넬 메디컬센터가 최근 발표한 뉴욕주 노인 학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60세 이상 뉴욕 거주 노인 13명 중 1명꼴로 각종 학대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가 60세 이상 노인 4,000명에게 학대 경험 여부를 전화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중 7.6%인 304명이 학대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를 뉴욕주 전체 노인 인구를 적용하면 최소한 26만명의 노인이 60세 이후 최소 한 차례 이상 학대를 경험한 것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노인학대의 종류는 돈 갈취 등 재정적 학대에서부터 신체적 학대, 심리적 학대 등 다양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인 가정문제 상담기관의 한 관계자는 “한인 노인들의 학대 사례는 타 커뮤니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지는 않지만, 불경기와 맞물리면서 근년 들어 더욱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한인 커뮤니티의 노인들은 문화적 차이로 ‘학대 신고’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실제 케이스는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대를 당하는 한인 노인 대부분이 학대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알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지적하고, 배우자나 자녀, 가족에게 학대를 당했을 때 해당 피해자는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천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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