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러시아 문화는 푸른색이다. 러시아 문학을 접하면서 받았던 그 문화에 대한 첫인상은 아름다움과 서글픔의 미학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그래서 색깔로 표현하라면 약간 어두움이 깔리기 시작하는 밤하늘과 같은 블루 컬러라고 생각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푸른 러시아 문학의 가장 대표적인 작가라 할 수 있다. 귀족적인 삶을 살았던 톨스토이와는 비록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도스토예프스키는 평생을 빈곤 속에서 시베리아 유배, 간질성 정신발작, 도박문제 등 불운한 천재 작가로서의 고달픈 삶을 살았다. 때문에 러시아 문학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세계는 같은 주제, 즉 절대 진리(러시아어로 이스찌나)를 추구하고 있지만 접근방법은 판이하게 다르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한 절대 진리는 기독교적 운명론, 박애주의 그리고 구원론에 대한 작가적인 문학 해석이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다른 작품들 죄와 벌, 백치, 도박꾼, 악령 가운데 가장 나중에 쓰여진 작품이며 개인적으로 불행했던 삶이 소설 속에 그대로 반영된 작품이다.
카라마조프가의 가장인 표트르는 미천한 계급으로 태어나 재물을 많이 모으기는 했으나 인격적인 면에서 아주 탐욕스럽고 음탕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이었다. 그에게는 세 아들 드미트리, 이반, 알료샤가 있었고, 사생아인 스메르자코프가 이 집안의 하인처럼 함께 살고 있는데 어느 날 가장인 표트르가 살해되면서 과연 누가 그를 살해했는지에 대한 추리가 시작된다.
범인으로 지목된 장남 드미트리에 대한 재판내용, 착실한 신앙인으로 성장한 셋째 알료샤와 그의 스승 조시마 장로의 대화를 통해서 인간의 이중성, 신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 등의 주제를, 그리고 둘째 아들 이반을 통해 무신론자적인 입장의 변호가 살인사건이라는 긴박한 상황 가운데 빠르게 전개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약간의 광기를 가지고 죽을 때까지 도박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인간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지 어느 정도 광기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죄성이라고도 불리는 거부할 수 없는 인간성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성격 묘사를 통해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이 광기를 그려 내려고 했다. 또한 그는 당시 기독교가 직면하고 있는 부정적인 상황을 아래와 같이 표현하고 있다.
“어느 날 재림 예수가 이 땅에 내려왔는데 제사장 한 명이 그 분이 정말 예수인 것을 알아보고, 당신만 없으면 우리는 아무런 문제가 없겠으니 제발 다시 돌아가 달라고 간청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기독교의 참된 진리와 진정한 사랑만이 인류의 소망이라는 관점을 소설의 중심 주제로 삼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제도화된 신앙의 쓴맛을 간과할 수 없었다. 때문에 그에게 있어서 기독교 신앙은 마치 애증의 그림자 같은 것이었다.
예찬출판기획 대표(baekstephen@gmail.com)
도서협찬: 반디북US(www.bandibook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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