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스트할리웃‘마데오 레스토랑’ 바텐더 방미자씨 인터뷰
▶ 5세 때 입양, 정체성 고민 끝에 홀로서기
최고급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마데오’에서 바텐더로 활약하는 방미자씨가 레스토랑 입구에서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웨스트 할리웃의 최고급 정통 이탈리안 식당 ‘마데오 레스토랑’(Madeo Ristorante)이 오픈 30년 만에 처음으로 동양인 바텐더가 손님을 맞고 있다. 그것도 척 보면 ‘코리안’이라 짐작할 만큼 칠흑 같은 긴 생머리에 선이 가는 외모가 눈에 띄는 여성이다. 여리게 보인다고 얕잡아 보면 실수한다. 웨이트리스와 바텐더 경력 20년에 뉴욕의 명물 ‘바 벌로체’(Bar Veloce)의 프랜차이즈 성공에 혁혁한 공을 세운 베테런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명배우 소피아 로렌,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이 즐겨 찾는 ‘마데오 레스토랑’의 바텐더 방미자(미국명 미자 르네 샌너)씨를 만났다.
“아름다운 사랑을 가르쳐준 양부모를 만난 것이 행운이었어요”그녀는 5세에 미시간주 미들턴으로 입양됐다. 예쁜 딸을 원했던 샌너 부부에게 입양되어 한국인 가정은 딱 한 집 이웃에 사는 미들턴에서 자랐다. 미자 르네 샌너보다는 ‘방미자’라는 이름이 더 좋다는 그녀에게 어릴 적 기억은 너무도 선명했다.
“10대 소녀 둘이 중동성당을 지나가다가 저를 발견하고 경찰서에 맡겼다고 해요. 2주간 경찰서에 있다가 익산(당시 이리)의 탁아시설 삼애원으로 가게 됐죠. 당시 경찰서에 저를 데리고 간 11세 소녀의 이름이 ‘방유미’여서 전 ‘방미자’가 됐다고 해요”그녀는 학창시절 공부보다는 ‘키친’에 들락거리길 좋아했다. 헨리포드 뮤지엄에서 뱅큇 서버로 아르바이트를 했고 21세부터 일본식 레스토랑 ‘베니하나’(Benihana)와 스테이크하우스 ‘휴스턴’(Houston)에서 웨이트리스 생활을 시작했다.
“백인사회에서 성장했는데 ‘베니하나’라는 일식당에서 아시안 문화를 접하게 됐어요. 커가면서 양부모와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는데 고객들을 만나면서 정체성 고민에 빠진 거죠”정체성 고민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그녀를 무작정 뉴욕으로 떠나게 됐다. 운이 좋은 편인지 당시 뉴욕 트라이베카에 오픈을 준비하던 레스토랑 ‘노부’(Nobu)에서 일할 기회를 잡았다. 그렇게 3년 동안 와인과 사케 리스트를 줄줄 외며 열정을 갖고 서빙을 한 덕분에 뉴욕 카네기홀 인근에 오픈할 예정이었던 ‘노부 57’ 창업팀으로 뽑히기도 했다.
‘노부 57’의 오픈이 지연되면서 그녀는 뉴욕 57번가의 프렌치 베트남 레스토랑 ‘르 콜로니얼’(Le Colonial) 칵테일 라운지에서 바텐더 생활을 시작했다. 오만가지 종류의 술을 찾는 락스타들이 술의 찬가를 부르는 칵테일 라운지는 그녀에게 즐거운 배움터였다. 그렇게 3년이 지났을 무렵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볼 기회가 찾아왔다. 이탈리안 와인바 오픈을 도와 달라는 스카웃 제의를 받은 것이다.
“스페인의 타파처럼 파니니, 엔살라다 같은 안주류를 파는 ‘캐주얼 와인 바’라는 컨셉이 마음에 들었어요. 9개월이라는 준비기간을 거쳐 과거 슬럼가였던 이스트 빌리지에 ‘바 벌로체’(Bar Veloce)가 문을 열었죠. 초기에는 이런 장소에 와인바가 어울리느냐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그녀에게 요식업은 운명이었나 보다. 아이언 셰프 마리오 바탈리와 스타 셰프 장 조지 등 유명 주방장들이 바 벌로체를 찾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입소문이 났다. 이후 트렌드 세터들이 모이는 첼시, 소호 등지에 프랜차이즈가 생겨났고 캐주얼 와인바 열풍의 진원지가 됐다. 뉴요커로 살던 그녀가 LA에 정착하게 된 것은 2006년으로 거슬러 간다.
“라 시에네가 우래옥에서 바텐더로 1년쯤 일하다가 스패니시 와인바 ‘틴토스 타파’(Tinto’s Tapa)를 오픈했는데 뉴욕생활이 늘 그리웠죠”바 벌로체의 사장에게 연락을 했고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 ‘벨로체 피자’와 ‘바 카레라’ 창업팀에 합세했다. 시실리아 스타일의 독특한 맛으로 승부했던 피자 레스토랑 ‘벨로체 피자’는 뉴욕타임스 음식 비평가의 기사로 피자전쟁을 유발시켰지만 1년 뒤 문을 닫고 말았다. 아무리 신선한 아이디어라도 식당은 로케이션이 중요함을 실감한 경우였다. 그리고 지난 2월 그녀는 LA를 다시 찾았다.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좋아하는 이탈리안 와인이 있는 정통 레스토랑 ‘마데오’의 바텐더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었다.
“어릴 적 마냥 좋아하던 ‘키친’에 온 듯 초심으로 되돌아온 거죠. 가족 같은 분위기의 ‘마데오 레스토랑’에 즐비한 최고급 와인을 탐구하며 소믈리에 자격증에 도전해 볼까 합니다”
<하은선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