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폭염을 피해 가까운 바다로 갔다. 비가 오시려나 상쾌한 해풍(海風)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있다. 언제나 처럼 파도는 춤추듯 하얀 거품을 날리며 밀려온다.
파고(波高)는 연령에 관계없이 초심자라도 파도타기가가능할 것 같다.
나는 비치 파라솔 그늘에앉아 수평선을 바라보기도하고 외손자의 파도타기를지켜보고 있다가 무료해지자 바닷가에서 틈틈이 책 읽는 사람 따라 몇 권 가지고간 문고판 중에서 모파상의‘여자의 일생’을 펼쳐 들었다. 그 전에는 그 많은 곳을두고 굳이 바다까지 와서 책을 읽을까 생각됐었는데 강력한 태양 파라솔 그늘에서해풍을 맞으며 책 읽는 새로운 재미를 알게 되었다. 어차피 몇십년 읽었던 책들 색다른 공간 분위기에서 재미있게 읽어 가다가 파도소리 자장가 삼아 잠이 들어 버렸다.
태양의 이동에 따라 나의자리는 파라솔 그늘에서 벗어나 가벼운 화상을 입은 듯그 따가움과 시끄러운 갈매기 울음소리 때문에 눈을 떴다. 옆 의자에 앉아 있어야할 남편이 보이지 않는다. 화장실에 갔으려니 하고 기다렸으나 너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는다. 수영복 차림에티 셔츠 걸쳤을 뿐인데 호텔이름이나 룸 넘버 기억이나하고 있을까. ‘드디어 일이벌어졌구나’ 딸이 동분서주하며 연락을 취하고 있는 동안 나는 나대로 해안선 따라해수욕객이 옹기종기 모여담소하고 있는 틈에 끼어들기를 소원하며 기웃거렸으나허사였다. 아무래도 도움이필요할 것 같아 높은 전망대에 있던 라이프 가드 동반,사무실로 들어갔다. 모래 위에 세워진 간이사무실 몇 개안되는 나무 계단 올라가기가 왜 이렇게 힘이 들까. 내마음은 급한데 대장인 듯한사람의 느긋한 태도가 불만스러웠으나 딸이 이미 아버지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긴장이풀려서일까 내가 쓰러질 것같다.
보드 워크 쪽에서 여경(女警)들과 얘기하고 있는 딸과합류, 기다리고 있는데 경찰차 한 대 다가오고 내리는남편, 아무 일 없었던 듯 경찰관에게 정중히 인사하고태연스럽게 걸어온다.
방 안으로 들어와 잠깐 휴식을 취한 다음 저녁을 먹으로 나갔다. 아이들이 열광하는 서브트로피칼(Subtropical)아열대 풍으로 꾸며진식당, 인공 번개 소리에 코끼리 울부짖고 새나 동물들이피난처 찾아 요동을 치는 공란 속, 음식 맛이 제대로 날리 없다. 그 다음날부터 잉여의 휴가 동안 나는 게딱지붙어 있듯 남편 손을 잡고걸었다.
보행이 느린 사람 빠른 사람 보조 맞추기가 힘이 든다. 어차피 두 개체가 틈 없는 하나가 될 수 없음을 알고부터 체념으로 살아 온 세월, 연이나 아이들의 출생으로 희열을 느끼고 아이들의성장을 보며 행복의 급류 속으로 풍덩 빠지고 그러나 때로는 흔들리는 절망 속을 혼자 힘으로 헤쳐 나와야 했던세월. 심산유곡 남몰래 외롭게 피었다 늪에 떨어져 소리없이 가라앉는 동백꽃처럼또는 졸졸 시냇물 따라 망망대해에 이르러 한갓 포말이되어 사라질 인생. 희로애락우여곡절 다 겪는 이 나이에‘굿바이’ 한마디 인사도 없이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면나머지 반쪽에게 커다란 결례(缺禮)가 아닌가.
남편이 손 씻고 해변 쪽으로 나와야 할 것을 깜박하고비치 워크 쪽으로 나간 것이사람 물결 속에 휩쓸려 버리는 바람에 판단력에 안개가덮인 것이다. 다행이 옛 주소가 머리에 남아 있어 3계단을 거쳐 3시간 만에 우리와재회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세라비(C′est La Vie), 그것이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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