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고있는 목사님에 관한 얘기다. 한국에서 목회를 여러 해 동안 하던 R목사가 유학을 마치고 미국에 있는 한 한인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교인 1천여 명으로 한인교회 기준으로는 대형급에 속하는 교회였다. 그런데 R목사는 교회 사무실로부터 첫 달 사례비 수표와 내역서를 받아보고 깜작 놀랐다. 사례비에서 근로소득세를 뺐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에서 보지 못한 이변이었다. 미국에서는 목회자도 소득세를 내야한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된 R목사는 그 후 세금을 또박또박 냈다. 그는 몇 년 후 목회지를 한국의 한 대형교회로 옮겼다. 그 교회에서는 전례에 따라 사례비에 대한 세금을 빼지 않았다. 그러나 R목사는 연례 세금보고 때 소득세를 자진해서 납부했다. 내가 그 목사를 한국에서 만났을 때 종교인의 세금납부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속을 털어 놨다. “종교인이 면세를 받을 수 있는 특수계급이라는 규정은 어느 법에도 없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세금을 납부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종교인이 소득에 세금을 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세법이 맞다. 나는 미국에서 목회했을 때 소득세를 냈으며 한국에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국회에 상정될 세제 개편안에 종교인의 소득에 대한 과세 방안이 포함됨에 따라 이 문제를 둘러싸고 일반국민과 종교인들 사이에, 그리고 종교인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5년부터 적용된다. 국회는 입법예고기간을 내달 18일까지로 정하고 각 종교단체와 교계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 법안에 의하면 소득의 유형에서 종교인의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규정했다. 세법상으로 보면 기타소득은 부수입으로 일시적인 불규칙한 소득을 말한다. 과연 종교인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을까? 이 법안이 종교인이 봉사나 영적 활동의 대가로 받는 사례금을 근로소득으로 보는데서 오는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종교인 특히 성직자들의 소득에 대한 면세 해택은 이승만정권이후 특별한 법적 근거 없이 관행이란 미명하에 지금까지 시행되어 왔다. 이 관행은 정권이 바뀔때마다 조세형평주의에 반해서 특정 계층에 특권을 부여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지만 아직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그런 가운데 이명박정부가 칼을 든 것이다. 작년 3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종교인도 세금을 내야 한다”고 밝힌 발언으로 종교인 납세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박근혜정부에서 이 문제가 다시 불거졌으며, 이번에 국회에 상정된 법안은 여야합의에 의해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 법안에 대해 불교 개신교 천주교등 종교계도 긍정적이다. 이미 천주교는 1994년부터 소득세를 자진 납부해 왔다. 자발적으로 납세를 실천하고 있는 기독교의 대형 교회들도 많다. 불교계 역시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납세 자체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종교계가 그만큼 성숙해졌다는 증거다. 그런데 일부 개신교 단체나 교파들 가운데 이번 조치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모습은 이를 멋적게 만들고 있다. 지난 19일 한국장로교총연합회는 종교인 과세결정에 대해 ‘수용하기 힘들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종교의 자유가 제한되고 종교가 국가권력에 예속될 수 있다’라는 이유에서다. 입법예고시한이 내달 18일까지이므로 그 때까지 관계단체들과 기관들은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볼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하고 싶은 것은 미국 종교인들이 세금을 냄으로써 종교의 자유가 제한되고 국가권력에 예속되어 있다고 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