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주중 미 건국의 주역은 버지니아와 매사추세츠다. 미 대륙 최초의 영국 식민지인 제임스타운이 있던 버지니아에 정착한 사람들은 처음부터 황금을 찾아 바다를 건넌 사람들로 종교의 자유를 찾아 신대륙에 온 매사추세츠의 필그림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한데 묶은 공통의 고리가 있다. 강한 중앙 정부에 대한 적개심이다.
누가 신대륙의 주인이 되는가를 놓고 영국과 프랑스가 벌인 ‘7년 전쟁’이 1763년 영국의 승리로 돌아가자 영국은 그 동안 전쟁에 쏟아 부은 막대한 전비의 일부라도 건지기 위해 식민지에 각종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식민지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이것이 독립 전쟁으로 이어져 미국이 탄생하게 된 것은 모두가 아는 바와 같다.
초기 미 합중국의 중앙 정부는 약하기 그지없었다. 13개 주의 동의 없이는 독자적으로 세금 거둘 능력도, 군대 모집 능력도 없었다. 셰이가 일으킨 자그마한 반란도 진압할 능력이 없음이 분명해지자 각 주 지도자들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판단 아래 중앙 정부에 강한 권한을 주는 연방 헌법을 만들었고 1787년 그것이 통과돼 오늘까지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연방 정부 탄생 뒤에도 강한 정부에 대한 불신은 계속됐다. 그 한 예가 중앙은행에 대한 반감이다. 정부가 금융권까지 갖는 것은 권력을 비대하게 만들어 개인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초대 재무장관인 해밀턴의 주장에 따라 세워진 첫 연방 은행은 제퍼슨과 매디슨의 반대로 무산될 뻔하다 간신히 태어났으나 차터가 갱신되지 않아 20년 후 사라지고 만다. 그 후 1817년 제2의 연방 은행이 탄생하지만 이 또한 차터가 갱신되지 않아 결국 문을 닫고 만다.
그 후 80년 가까이 중앙은행 없는 시대가 계속되다 1913년에서야 ‘연방 은행법’이 통과되면서 지금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가 탄생하게 된다. FRB가 탄생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1907년의 금융 패닉이다. 한 투자 회사가 주가 조작에 실패하면서 이 회사에 돈을 빌려준 은행이 문을 닫는다는 소문이 퍼졌고 사람들이 은행으로 달려가는 소위 ‘뱅크 런’ 현상이 나타나며 뉴욕 금융계가 마비됐다.
JP 모건을 위시한 큰손의 도움으로 간신히 위기는 넘겼으나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며 이를 위해 중앙은행이 필요하다는 합의가 이뤄져 FRB가 태어나게 된 것이다. 금융 위기가 중앙은행을 탄생시켰고 금융 위기 수습이 중앙은행의 존재 이유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1929년 대공황 때 FRB는 소기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은행으로 사람들이 몰려들 때 충분히 돈을 공급해 줘 금융 마비를 막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듯 벤 버냉키 현 FRB 의장은 2008년 금융 위기가 왔을 때 마음껏 돈을 풀었고 지금도 매달 850억 달러의 국채를 사들이는 방법으로 연 1조 달러에 달하는 돈을 풀고 있다. 미국은 물론 세계 금융 종사자들은 FRB가 도대체 언제 이 엄청난 ‘양적 완화’를 중단할지 지켜보고 있다. 그 여파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분간 안심해도 될 것 같다. 버냉키보다 돈 푸는데 더 적극적인 비둘기파 재닛 옐런 FRB 부의장이 오바마에 의해 버냉키 후임으로 지명됐기 때문이다. 양당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옐런은 의회 인준이 거의 확실시되는데 그렇게 될 경우 올해로 100년을 맞는 FRB 역사상 첫 여성 의장이 탄생하며 ‘양적 완화’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돈 푸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죄는 것이다. 돈이 풀려 흥청거릴 때는 좋지만 시기를 놓치면 또 다른 버블이나 인플레를 불러온다. 2000년 하이텍 버블 붕괴로 불황이 오는 것을 막기 위해 돈을 풀었다 죄는 시기를 놓쳐 부동산 광풍과 2008년 금융 위기를 초래한 그린스팬 때 FRB가 좋은 예다. 과연 옐런이 첫 여성 의장이 돼 ‘양적 완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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