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타운은 내 삶의 터전이다. 30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고, 회사 건물이 코리아타운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으니 제2의 고향인 셈이다. 그래서 애정도 많고, 멋지고 자랑스럽게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런데 한국에서 온 여행객들이 LA 코리아타운을 돌아보고는 고개를 돌리고 한숨을 쉰다. “미국이 뭐 이래? 뭐가 이리 촌스러워!”라는 실망의 표정이다.
하긴, 서울의 어느 변두리만도 못하게 후줄근하고 지저분하기 짝이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어쩌다 60년대 한국을 보는 것 같아 정겹다고 격조 높은(?) 농담을 하는 이도 있지만, 그건 그야말로 농담이요 비아냥거림이다.
이곳에 터를 잡고 생활하는 내가 보기에도 LA 한인타운의 풍경은 참으로 을씨년스럽다. 동네의 상징물로 ‘다울정’이 세워지고, 올림픽 길거리가 한국적인 문양들로 단장되었다지만, 그다지 큰 효과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지난 70년대 말 ‘서울시 나성구’라는 유행어가 나온 지도 30년이 넘었는데, 건물 몇 개가 새로 세워졌을 뿐,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경제력이나 정치력이 신장되었다고 하지만, 크게 보면 남의 나라 행랑채 곁방살이에서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LA 한인타운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이민사회인 LA 한인사회 성장의 원동력은 새로 오는 이민인데, 한국에서 오는 이민자의 수는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
머지않아 이민 선배인 중국이나 일본 커뮤니티처럼 이민이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한국 외교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한국에서 미국행 ‘해외이주’를 신고한 사람은 고작 445명에 불과해, 본격 이민시작 5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해외이주 신고가 가장 많았던 지난 1986년의 3만548명에 비하면 무려 98.5%나 감소한 것으로, 이제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직접 이민 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경제가 발전하고, 국력이 상승하여 살기 좋아졌으니, 구태여 해외로 이민 와서 고생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렇게 신규 이민이 줄어들면 미주 한인사회의 성장과 발전도 멈출 수밖에 없다. 한국 사람들끼리 사고 팔고 해서는 한계가 분명하다. 성장을 멈추면 고인 물이 되고, 고인 물은 썩는다. 그렇게 되면 코리아타운도 결국 차이나타운이나 리틀 도쿄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 거의 같은 길을 밟고 있으니, 아마도 십중팔구 그렇게 될 것이다. 그나마 차이타운이나 리틀 도쿄처럼 유명세를 타고 전성기를 누려보지도 못하고 스러질지도 모른다는 서글픈 이야기다.
그래서 코리아타운의 미래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타인종 손님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고급화하거나 매력적 특징을 갖추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실천하지 않으니 형편이 나아질 수 없다. 구체적으로 자기 가게 앞을 깨끗이 쓸고, 낙서를 지우고, 간판을 세련되게 만들어 달고… 하는 식의 자그마한 노력이라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시 바삐 가게 문 닫고 집에 가서 연속극 보거나, 골프 치러 갈 생각에 마음이 바쁜 사람이 훨씬 더 많지 않을까?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후다닥 돈 벌어서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 싶은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사람이 대부분이라면 코리아타운의 미래는 보나 마나일 것이다.
원론적 이야기지만, 이렇게 묻고 싶다. “당신은 정말로 코리아타운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가? 우리 2세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터전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가?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은 시설이나 환경이 아니라, 정성스런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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