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랩을 내리는 순간 어리둥절하다 못해 당황 감마저 들었다. 붉은 융단이 깔려 있는 등 외국 원수를 맞는 의전이 펼쳐진 것이다. 거기다가 엘리제궁으로부터 따로 전갈이 있었다. 드골 대통령이 만나자는 것이었다.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했다. 그리고 2년 후 캘리포니아주지사 선거전에 뛰어들었다가 낙선의 수모를 당했다. 그런 그를 언론은 ‘정치적 사망자’로 취급했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다.
모든 것을 뒤로 하고 해외여행 길에 올라 파리를 방문한 것이었다. 그런 그를 드골의 프랑스 정부는 준 국가원수를 대접하듯 환대한 것이다. 닉슨 회고록에 나오는 이야기다. 마침내 드골을 만났다. 그리고 그 같은 환대의 이유를 물었다.
2차 대전 자유 프랑스 시절 푸대접이 말이 아니었다. 명목상 프랑스를 대표하는 정부로 인정하기는 했지만 루즈벨트든, 처칠이든 냉대하기 일쑤였다. 그 가운데 자유 프랑스는 서방 연합군의 최종적인 진군에 합세해 파리로 진격해 프랑스 해방을 완수했다.
그 때 드골은 맹세했다고 한다. 불우한 처지에 있는 작은 나라의 외국 지도자라도 결코 소홀히 접대하지 않겠노라고. 때문에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든 세계 최강국 지도자든 똑같이 환대하는 것이 프랑스의 의전이라는 게 드골의 설명이었다.
그 때의 환대 때문이었던가. 훗날 닉슨은 대통령이 돼 프랑스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핑퐁외교에 드골의 조언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인다.
푸틴 러시아대통령의 무례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상회담차 한국을 방문하면서 30분 가까이 지각해 예정된 오찬이 5시에나 시작돼 한국정부 지도자들이 점심을 굶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푸틴의 무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한 시간이나 기다리게 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을 만날 때도 40분가량 지각을 했고 이명박 대통령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푸틴이 저지르는 상습적 지각.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단순한 실수일까. 그렇게 보기에는 너무 불쾌하다. 국가 간 정상외교에서 의전은 더 없이 중요하다는 건 상식 중에 상식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새삼 돋보이는 것은 멀리 내다보는 드골의 대 정치가적인 풍모다. 아프리카 신생국 지도자에게도 결코 소홀함이 없다. 그런 거인 드골의 모습이 권력에 취해 우쭐거리는 난쟁이 푸틴과 어딘가 대조를 이루면서.
그건 그렇고 더 한심해 보이는 것은 한국정부의 저자세외교다. 실수라고 보아 넘길 수 없는 상습적 무례를 범하고 있다. 그 푸틴에 대해, 그 러시아 정부에 대해 청와대나 한국의 외교부가 항의를 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가 들려와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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