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과 생각
▶ 김 종 영 <이태리 광학 회장>
어느새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계절이다. 세월 참 빠르다. 빠른 세월만큼이나 변화도 무쌍한 세상이다. 컴퓨터 덕분에 느긋하게 여유가 생길 줄 알았는데, 웬걸 사람들은 더 바빠지고, 세상도 더 빠르게 소용돌이치는 것 같다.
올 한해도 지구촌에는 숱한 일들이 있었다. 신문을 장식한 뉴스는 대개가 엄청난 자연재해, 탐욕으로 인한 다툼, 끔찍한 폭력, 권력투쟁, 분쟁, 전쟁 같은 비극적 사건들이었다.
아마 올해 10대 뉴스도 그런 비극들로 꾸며질 것이다. 물론, 그런 소용돌이 가운데 희망의 기운이 보이기도 한다. 나 개인적으로 특히 관심을 갖고 기대를 거는 희망의 기운은 여성시대가 열리는 조짐이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캐나다의 여성 소설가 앨리스 먼로(82),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미국의 차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지명자 재닛 옐런(67)…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 우리 조국 대한민국의 박근혜 대통령, 독일의 메르켈 총리, 다음 미국 대통령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힐러리 클린턴, 그밖에 여러 나라의 여성 지도자들… 그리고 우리들 집안의 위대한(?) 영도자인 어부인들…확실히 여성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름난 사람들 말고도 사회 각 분야를 살펴보면 더욱 실감난다. 우리 한인사회도 마찬가지다.
특히 경제 분야는 완전히 여성시대가 된 것 같다. 재닛 옐런 지명자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100년 역사상 첫 여성 의장이라고 한다. IMF 창립 이래 첫 여성 총재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에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도 여성 의장이 탄생함에 따라,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3대 기관 중 2기관을 여성이 이끌게 되었다.
나머지 하나는 김용 총재가 이끄는 세계은행이다. 모양새를 보면 남자들이 정신없이 어질러놓은 것을 여성 지도자들이 뒤처리하는 꼴이어서 안쓰럽기는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여성시대가 더욱 반갑다. 이제야 겨우 정신을 차린 꼴이다.
정치나 경제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집안 살림을 확대해 놓은 것 아닌가. ‘살림’이란 말은 ‘살린다’와 같은 말이다. 생명을 잉태하고 살리는 일은 여성들의 특권이다. 남자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할리웃의 명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보수 정치권의 어리석은 남성들이 권력의 늪에 빠져 변화를 두려워한 채 바보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질타하며, “멍청한 남성들아 미국의 미래는 여성과 젊은이들에게 더 맡겨라”라고 주장했다는데, 나는 그 말에 충분히 공감한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여성 중에 위대한 철학자나 작곡가, 문호 등이 거의 없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더 그렇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여성들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여성을 억누르고 차별하는 사회구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동양에서는 철저하게 남성 중심인 유교 사상, 서양에서는 기독교의 가부장제도가 여성들의 소중한 능력을 깔아뭉갠 것이다. 그러니 인류는 여성 차별로 인해 오랫동안 엄청난 손해를 봐온 셈이다. 능력의 절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으니 얼마나 큰 손해인가.
우리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여성들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각 가정의 살림살이는 물론이고, 정치계, 은행을 비롯한 경제계, 문화계, 연예계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들이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무척 반가운 일이다. 그리고 앞으로 여성들의 활동무대는 더욱 넓어질 것이 분명하다.
여성의 힘은 모성애에서 나온다. 모든 어머니는 절대적이고 위대하다.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싸고, 어떠한 역경도 이겨낸다. 그런 어머니의 힘을 믿는다면, 여성시대에 기대를 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물론, 여성시대가 ‘여성상위’(上位)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맡은 역할이 다른 가운데 평등하게 서로 도우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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