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의 A씨는 동부 출장으로 비행기를 자주 탄다.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으면 그는 습관처럼 통로로 들어오는 승객들을 바라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 사람들이 옆자리에 앉지 말고 지나갔으면 …’ 하는 바람이었다. 옆 좌석이 비면 몇 시간 편안하게 여행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옆 좌석 비는 것은 감히 바라지도 못한다. 거의 매번 만석이어서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래서 요즘 바라는 것은 승객들 중 특별히 비대한 사람만 옆자리에 앉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여객기 안이 콩나물시루가 되면서 이코노미 석 여행이 고역이 되고 있다. 비즈니스 석이나 하다못해 이코노미 플러스 석을 구입하면 되겠지만 대개는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처지. 안락함 보다는 절약을 택할 수밖에 없으니 통조림 정어리들처럼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된다.
비행기가 출퇴근 길 버스처럼 꽉꽉 들어차게 된 것은 항공사들의 경비절감 정책 때문이다. 지난 금융위기 이후 몰아친 불경기로 승객은 줄고 유가는 올라가자 운항 횟수를 줄이며 가능한 한 만석 비행을 원칙으로 삼았다. 좌석들이 비어서 승객들이 다리 뻗고 누워서도 가던 한갓진 풍경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주부 B씨는 지난 가을 뉴욕에서 LA로 돌아오는 기내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19C’로 좌석이 배정된 탑승권을 들고 탔는데 비행기 안에 그런 좌석이 없는 것이었다. 비즈니스 석이 끝난 후 이코노미 석은 ‘20’ 열부터 시작되어 ‘19’ 열은 존재하지 않았다.
승무원들에게 항의하니 항공사 측이 기종을 바꾸었다는 설명이었다. 승객 수에 맞춰 좀 더 작은 비행기로 바꾸면서 처음 예약되었던 좌석들이 뒤죽박죽되었다. 이코노미 석 중 가장 좋은 자리로 일찌감치 예약해두었던 B씨는 결국 한참 뒷좌석으로 밀려나 통조림 정어리처럼 여행을 해야 했다.
이코노미 석 여행이 고역이 된 데는 다른 요인도 있다. 승객 한사람 당 허용되는 공간이 줄어들었다. 항공사들은 근년 오래된 비행기들을 새 비행기로 교체하면서 정원을 줄이고 좌석 간 간격을 줄였다. 우선 과거에 비해 작은 기종을 선택했다. 그 결과 지난 5년간 각 항공사의 비행기 당 정원은 12%가 줄었다. 아울러 좌석 간 간격이 대폭 좁혀졌다. 좌석 간 간격은 과거 34인치였던 것이 지난 20년 사이 30~32인치로 줄었다. 그런데 저가항공사들은 이 간격을 더 줄여 28인치로 만들고 심한 경우 좌석이 뒤로 젖혀지지도 못하게 고정시켰다. 그렇게 좌석을 빼곡하게 배치해서 한 열이라도 더 채우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가항공사인 스피릿은 150명이 타는 에어버스 A320의 좌석을 재배치해 178명이 타게 만들었다.
연말연시 여행객 증가로 비행기 안은 더욱 붐비고 있다. ‘쾌적’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불쾌함을 면하려면 승객들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다.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서로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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