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과 생각
▶ 김 종 영 <이태리 광학 회장>
곧 밸런타인스 데이, 사랑을 확인하는 계절이다. 젊음과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절이기도 하다.
우리 속담은 참 재미있다. 인생의 한 면만 보지 않고, 양면을 보며 익살로 풀어낸다. 예를 들어 “보기 좋은 떡이 맛있다”라고 말하면 “빛 좋은 개살구”라고 받아치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나오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응수한다.
요즈음은 바야흐로 성형의 시대다. ‘외모도 능력’이라는 확고한(?) 믿음으로 너도 나도 칼질로 리모델링하기 바쁘다.
한국은 1,000명당 성형수술 횟수가 13.5건으로 세계 1위라고 한다. 한국의 성형기술은 세계 최고로 소문이 나 중국이나 동남아 등 청춘들이 서울 강남으로 모여들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얼핏 보면 모두가 아름다워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개성이 없이 모두가 똑같은 미인이 되려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요즘 한국에는 ‘의(醫)란성 쌍둥이’라는 유행어가 생겼다고 한다. 워낙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같은 병원에서 수술 받은 사람은 쌍둥이처럼 똑같다는 뜻의 신조어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마치 같은 공장의 제품처럼 똑같이 생긴 여자들이 길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깜짝 놀라, 일종의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는 기사도 읽었다.
“어느 나라를 가도 이렇게 성형외과 광고가 지하철이나 버스에 많은 나라는 없을 것이다. 미국도 이 정도는 아니다. 성형수술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것도 수술인데…”(미국·여·학생)
“처음 서울에 왔을 때 ‘길에서 패션쇼가 열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스타일이 다 비슷했다.”(미국·남·사업가)
왜 그런 서글픈(?) 현상이 생기는 걸까? 무엇을 위해서 이런 식으로라도 예쁘게 보이고 싶은 것일까?
한 마디로, 자기 자신에 대해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개성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기 때문이다. 나를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뜯어 고친다는 것이다. 그렇게 뜯어고친 다음에 진짜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고, 미주 한인사회의 형편도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국의 유행이나 풍습이 거의 실시간으로 바다를 건너오는 현실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다 미주에서 나오는 여성 잡지를 펼쳐봤더니 온통 성형수술, 피부관리, 다이어트, 화장품 등 예뻐지는 광고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뜻일 것이다.
현대는 개성의 시대라는데, 왜 이렇게 반대로 가는 것일까?
모든 사람이 누구나 다 화려한 장미꽃일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개성적이고 향기 짙은 아름다움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것일 텐데, 칼질로 해결하려 하다니… 저마다 장미꽃이 되기를 원한다니… 단 한 번이라도 저 한 구석에 수줍게 피어 있는 소박한 풀꽃의 아름다움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그런 꿈을 꾸지 않은 텐데…혹시라도 자기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는 사람들에게 우리 속담은 이렇게 말한다. 화려한 꽃은 향기가 없다, 호박꽃도 꽃이다, 짚신도 짝이 있고, 제 눈에 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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