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과 생각
▶ 김 종 영 <이태리안경원 회장>
한인타운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드넓은 미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꿈을 키우고 있을 것이다. 특히 1.5세나 2세 젊은 사업가들은 구체적인 도전을 하고 있고, 이미 성공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의류업체인 ‘포에버 21’이나 개성적인 한식당 등등…
지금 미국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 경험을 이야기하고 싶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참고로 내가 경영하고 있는 ‘이태리광학’은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안경 렌즈를 주문 생산하는 회사인데, 현재 업계에서 미국 내 탑 5의 연구소로 평가받고 있고, 세계 3대 명품 렌즈 생산업체인 독일의 ‘칼 자이스’(Carl Zeiss)사와 렌즈 생산 계약 및 기술제휴 계약을 체결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처음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시장조사를 하면서 내가 주로 한 것은 틈새 찾기였다. 간단히 말해서, 남들이 할 수 없는 일, 귀찮아서 하기 싫어하는 일, 나만이 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작업이었다. 영어도 잘 못하고, 자본도 많지 않고, 규모도 작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마침 그때 나는 오랜 경험으로 쌓은 나름대로의 기술과 한국인 특유의 꼼꼼함에는 그런대로 자신이 있었다. 그런 자산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이 귀찮아서 하기 싫어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품질과 철저한 애프터서비스로 이름을 알려나갔다.
초기에는 컴퓨터가 할 수 없는 까다로운 작업들이 주를 이루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아직도 컴퓨터는 할 수 없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일본의 장인들이 무서운 것은 바로 컴퓨터보다 섬세한 손길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찾은 틈새시장이었다.
그렇게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일감도 늘어났고, 회사 규모도 커졌다. 물론 그동안 실패도 많았다. 그런 실패는 누구나 겪어야 하는 통과 의례 같은 것이다. 실패 없이는 성공도 없는 법이다. 기술력이 알려지면서 세계적인 명문인 ‘칼 자이즈’사와 기술제휴를 맺는 감격도 맛보게 되었다.
지금은 세계적인 명성의 안경제조회사들이 새로운 기계를 개발하여 시험하거나 안경 시제품을 만들 때, 우리 회사에 의뢰할 정도가 되었다. 우리가 그들보다 시제품을 더 섬세하게 잘 만들기 때문에 우리에게 가지고 오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적인 명문회사들의 인정을 받고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사실은 장인의 큰 보람이 아닐 수 없다.
우리 회사의 경우 소매점과 제조공장을 함께 운영하기 때문에, 언제나 소비자들의 반응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큰 강점이 되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이름이 났다고 해서 방심은 금물이다. 쌓아올리기는 지극히 어렵지만 무너지는 것은 잠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저한 품질관리와 애프터서비스에 최선을 다했다. 반품이 들어오면 군소리 한 마디 없이, 즉시 다시 만들어서 신속하게 보내주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장은 손해일지 모르지만, 길게 보면 이득이라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과욕을 금물이다. 물론 지금도 중국 같은 곳에 공장을 세우거나,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는 등 돈을 더 벌 길이 눈에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무리한 욕심을 부리면 품질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이 얼마나 비정한 전쟁터인지 경험으로 알기 때문에, 늘 나 자신의 분수를 지키려 애쓰고 있다.
미국시장이건 어디건 시장의 속성은 똑같고, 성공의 원리는 간단하다. 남들은 못하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프로답게 진심으로 철저하게 처리하고, 무리한 욕심을 내지 않는 것… 물론 그 바탕에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긍지와 오랜 경험으로 다져진 기술력과 자신감이 있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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