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과 생각
▶ 김 종 영 <이태리안경원 회장>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은 꼭 맞는 말이다. 인생만사에 있어서 그렇지만, 특히 장사에서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맞는 말씀이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싸고 좋은 물건이란 근본적으로 있을 수 없다. 물론 박리다매의 원리가 통용되기도 하지만, 그건 코스코처럼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까 “최고의 상품을 최저의 가격으로 드린다”는 말은 광고에서나 있을 수 있는 약속인 것이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싼 것만 찾는 것은 아니다. 특히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상품이나 음식 같은 분야에서는 싼 것만 찾을 수가 없다. 그런가하면 패션 명품에서는 오히려 비싸게 팔아야 더 잘 팔리기도 한다.
우리 한인타운에서도 세일 경쟁이 엄청나다. 가히 전쟁 수준이다. 워낙 세일을 많이 하다 보니 이제는 세일 이름을 붙일 것이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울며 겨자 먹기 세일, 몽땅세일, 대박세일, 폭탄세일, 원자탄세일… 등등이 난무하고, 폐업세일이 일 년 내내 계속되기도 한다. 그 바람에 소비자들은 만성이 되어 어지간한 유혹에는 꿈쩍도 않게 되었다.
새로 개업을 했거나, 불경기를 극복하기 위해 손쉽게 쓰는 전략이 가격을 낮추는 것인데, 그건 자칫하면 ‘장님 제 닭 잡아먹기’가 될 수 있다. 특히 동종 업체끼리 치열하게 경쟁할 때는 가격 전쟁이 불을 뿜게 마련인데,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이런 경쟁을 소비자들이 좋아할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한인 마켓에서 야채를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세일할 때, 소비자들은 사기는 하면서도 “이렇게 싸게 팔면, 농민들은 뭘 먹고 사나?”라는 생각을 한다. 소비자는 결코 바보가 아니다.
긴 안목으로 볼 때,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정직한 품질, 합리적이고 정직한 가격, 정성어린 서비스다. 내 경험을 말하자면,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진심에서 우러난 대접인 것 같다. 진심으로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내가 경영하는 ‘이태리안경원’이 개업 이래 단 한 번도 세일을 하지 않은 것도 그런 까닭이다. 품질에 맞는 적정한 가격을 받는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손님이 만족할 때까지 정성을 다 한다. 그런 자세가 손님들에게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손님들은 점원들이 얼마나 진심으로 자신을 대하고 있는지 잘 안다. 그것이 나의 믿음이다.
그런 덕에 지금은 다른 인종 고객이 60%를 넘고 있어, 나 자신도 놀란다. 우리 상점의 점원들이 영어를 썩 잘하는 것도 아닌데도 그렇다. 진심의 힘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길게 볼 때 저가정책은 자기 무덤 파기가 되기 쉽다. 위험하다. 미국시장을 개척할 때 흔히 쓰는 것 역시 저가정책이다. 우리 한국 상품이 처음 세계시장을 개척할 때도 그랬었다. 한국 상품은 싸다, 그런데 값에 비해 품질은 괜찮다는 이미지로 세계시장을 파고들었다. 물론 그 덕에 지금처럼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싼 물건’이라는 이미지를 벗는 데는 무척 많은 노력이 들었고, 세월도 오래 걸렸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런 교훈은 우리 한인사회의 비즈니스 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요사이 한인타운의 한식당에는 다른 인종 고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른바 ‘한식 세계화’나 한류 바람의 덕도 크겠지만, 가격이 싸기 때문에 한식당을 찾는 타인종 손님이 많은 것 같다. 지금 코리아타운 고기 집들의 ‘무제한 고기구이’의 가격은 참 착하다. 너무 착해서, 이렇게 싸게 팔아도 유지가 되나 하는 공연한 걱정이 들 때도 많다. 게다가 푸짐한 밑반찬은 얼마든지 공짜다. 다른 어느 나라 식당에서도 그 값에 그렇게 맛있고 푸짐하게 먹을 수 없다. 그런데, 언제까지 그렇게 싸게 팔 수 있을까? 고기값은 자꾸 오르기만 하는데…
내가 알기로는, 일본 식당들이 미국 시장을 파고 들 때, 스시를 절대 싸게 팔지 않았다. 오히려 보통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싸게 팔았고, 그 전략이 먹혀들었다. 참고로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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