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한 번 부정맥(arrhythmia)에 대한 글을 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얼마 전 한 독자가 필자의 병원에 전화를 걸어 부정맥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글을 써 달라고 요청을 해왔다. ‘부정맥’(不整脈)은 ‘심장의 맥이 불규칙하다’는 뜻이다.
맥박은 성인의 경우 정상적으로 1분에 60번에서 80번 사이다(좀 더 확대해도 55번 이상 100번 미만).
이것보다 느리면 서맥(bradycardia), 이것보다 빠르면 빈맥(tachycardia)이라고 부른다. 또 맥박은 일정하게 규칙적으로 뛰어야 하는데 이것이 불규칙하게 뛰게 되면 부정맥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서맥과 빈맥도 넓은 범위의 부정맥에 속한다.
심장이 정확히 박동하기 위해서는 심장의 정상 조율기(전기자극을 만드는 장소)에서 규칙적으로 만들어진 전기자극이 전도계(빠른 속도로 심장 전체에 전기자극을 전달하는 기능을 가진 세포)를 통해 심근세포(전기자극에 따라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심방과 심실근 세포)까지 정상적으로 전달돼야 한다.
따라서 심장이 정확하게 박동하는 것을 판단하기 위해 규칙성 외에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면을 함께 봐야 한다. 만약 규칙적이라 할지라도 세 가지 면에서 하나라도 이상이 있으면 부정맥이라고 한다.
▲전기자극 형성장소: 박동을 일으키는 전기자극이 시작되는 곳이 어딘가? ▲전기자극 형성속도: 1분에 전기자극이 몇회인가? ▲전기자극 전달과정: 전기자극이 최종 목적지에 정상적으로 전달되는가?
정상적으로 심장세포마다 고유 전기자극 형성 속도가 있으며 동방결절은 분당 60회 이상, 방실결절ㆍ히스다발 심방은 분당 40회 이상~60회 미만, 좌우각ㆍ펄킨스 섬유ㆍ심실은 분당 40회 미만이다.
따라서 평소에는 자극 형성 속도가 다른 부위보다 빠른 동방결절이 조율기능을 담당한다. 그런데 동방결절이 조율기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전도계, 수축과 이완을 하는 심방 또는 심실에서 조율기능을 대신 담당하며 이때를 ‘일탈성 율동’이라고 부른다.
이때는 정상보다 박동이 느껴져서 서맥(분당 60회 미만)이 발생하며 이것조차 안 될 때는 심정지(cardiac arrest)가 발생하게 된다. 때론 동방결절이 조율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적으로 다른 부위에서 자신의 고유 전기자극 형성속도보다 빠르게 만드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 분당 100회 이상이 되면 이소성 빈맥(ectopic tachycardia)이라고 부른다. 동방결절에서 만들어진 신호는 정상에서는 결절 간 전도로 방실결절, 히스다발, 좌우각, 펄킨스 섬유를 차례로 지나 심실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면 심실은 수축을 일으켜 심실에 있는 피를 온몸과 허파로 보내게 된다.
그런데 방실결절이 이중 전도로 구성된 경우 방실결절 외에 심방과 심실을 연결하는 여분의 전도로가 있을 경우 심방 또는 심실에 맴돌이 전도로(회귀로)가 형성되는 경우에 맴돌이에 의한 빈맥(회귀빈맥)이 발생한다. 다음 시간에는 부정맥의 치료에 대해 알아보겠다.
문의 (213)480-7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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