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어머니 은혜에 감사하는 달이다.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고∼ 어린 시절 어머니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사람이나 어머니 사랑에 굶주린 사람이나 어머니를 그리워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머니의 그 깊고 깊은 사랑은 무엇으로도 측정할 수 없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어머니는 우리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나 어머니날을 그냥 넘기지 않으려 애를 쓴다.
그런데, 어머니날이 떠들썩한 만큼 아버지들은 섭섭해진다. 아마 그래서 미국에서는 아버지날이라는 것을 정한 모양이고, 한국에서는 어머니날을 어버이날이라고 얼버무리거나, 아예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뭉뚱그리는 것 같다.
미국에서 어머니날이 정식으로 정해진 것이 1914년인데, 아버지날은 제안된 지 62년이 지난 후인 1972년에야 공식적으로 제정되었다고 한다. 차별(?)이 심하다. 아버지를 홀대하는 현상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어단어는 무엇인가”를 묻는 앙케이트 조사 결과 1위는 단연 Mother(어머니)였다고 한다. 2위는 Passion(정열)이었고, 3위는 Smile(웃음), 4위는 Love(사랑)이 차지했다. 유감스럽게도 Father(아버지)는 다섯 번째에도 열 번째에도 없었다고 한다.
또, 좀 오래된 통계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을 상대로 “가장 좋아하는 것”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더니, 1위가 어머니, 2위가 소고기, 3위가 아버지로 나온 적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아버지는 소고기보다도 못한 존재라니…
물론, 아버지의 존재가 이렇게 희미해진 것은 자업자득인 면이 강하다. 반성할 점도 많아 보인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아버지는 밖으로만 나돌며 집안일에는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고, 권위만 내세우다보니, 아이들에게는 그저 ‘돈 벌어오는 사람’으로 비쳤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요국 남성의 집안일 시간을 비교한 결과, 한국 남성이 조사대상 29개국 가운데 꼴찌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OECD가 여성의 날을 맞아 공개한 국가별 시간활용 조사 집계에 따르면, 한국 남성이 하루 중 육아와 집안일 등 무급 노동에 들이는 시간은 45분으로 인도와 일본, 중국 등에 이어 최하위로 밀리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1위를 차지한 덴마크 남성의 무급 노동시간 186분에 비하면 문제가 될 만한 수준이다.
한국 남성이 하루 중 아이 등 가족을 돌보는 시간은 단 10분으로 포르투갈과 일본 다음으로 적었다고 한다. 이처럼 가장 중요한 육아나 자녀교육까지도 전적으로 엄마 몫으로 넘기고 나 몰라라 하는 경향이 강했으니, 아이들과 가까워지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과의 교류는 아주 작은 사랑과 정성으로도 가능하고,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얼마 전에 읽은 이어령 교수의 인터뷰 기사에도 그런 구절이 나오는데, 매우 공감이 가는 고백이었다. 자녀 교육과 관련해 “혹시 가장 가슴 아픈 순간이 언제인지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딸아이가 인형을 안고 와서 ‘아빠 굿나잇~’할 때 한 번 돌아봐 주면 되는데, 글 쓸 때는 그게 안 돼요. 마감이 닥쳐오고 그러면 ‘응 그래, 잘 자, 잘 자’ 하고 얼른 이걸 해야 하거든요. 근데 아이들은 하루 종일 못 보던 아버지를 기다리거든.
근데 쳐다보지도 않고 건성으로 대답할 때 민감한 아이는 굉장한 상처를 받았겠죠. …(중략)… 아버지 사랑을 받았다는 느낌과 아닌 느낌은 다르거든요. 또 남의 집에 가면 아버지가 아이들 안아주고 그러는데, 우리 딸은 안겨 보지 못한 거예요. 근데 지금은 돌이킬 수가 없어요. 그 때 그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이 글을 읽으며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나 자신도 아이들에게 자상하게 하지 못했고, 마음으로는 사랑하면서도 겉으로는 제대로 그것을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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