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과 생각
▶ 김 종 영 <이태리 광학 회장>
6월의 신부라는 말이 있듯, 유월은 결혼식을 올리기 좋은 계절이다. 여기저기서 결혼식 소식이 들려온다.
요즘 미국의 젊은이들은 대체로 조촐하고 개성적인 결혼식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한다. 요란하고 거창한 외형보다 차분한 내적 의미를 소중하게 여기는 풍조는 매우 바람직하다.
미국에 사는 우리 한인 자녀들도 마찬가지로 조촐한 결혼식을 선호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결혼식 장소도 교회나 호텔 같은 통상적인 곳보다는 야외나 골프장, 대저택의 정원 등등 남다른 곳을 택하고, 결혼식의 형식도 자유롭게 진행하는 추세라고 한다.
그러나 부모들의 생각은 자녀들과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부모들은 교회나 호텔 같은 데서 되도록 많은 친지들을 불러 모아놓고 ‘제대로’ 예식을 올리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렇게 하기를 바라는데, 결혼 당사자인 젊은이들은 아주 가까운 친구와 가족들만 모시고 조촐하지만 개성적이고 오래 기억에 남을 인상적인 결혼식을 원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것을 우선으로 여기는 자녀 세대들과 되도록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부모 세대의 가치관이 충돌하는 것이다.
사실 거창한 결혼식에 예의상 참석하는 하객의 대부분은 신랑신부가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젊은이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하객들의 형식적인 축하를 불편하고 부담스럽게 여기는 것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거창하고 화려한 결혼식은 부모들의 사회적 체면 세우기를 위한 것이 아닌가.
나는 단연코 신랑신부 중심의 조촐한 결혼식을 찬성한다. 허례허식에 반대한다. 우리 사회에서 허례허식이라는 거품만 빼내도 사회가 한결 실속 있고 건강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한국에서는 자녀들의 결혼식 때문에 부모의 등골이 휘어지고, 결혼식 비용이 없어서 결혼을 미루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남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결혼식을 올리려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히 많은 비용이 든다는 이야기다.
결혼식에 관련된 많은 업체들의 횡포도 심한 데도, ‘평생에 한 번 하는 결혼식’이라는 생각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감수하는 일도 많다고 한다. 그렇게 많은 비용을 들여 화려한 결혼식을 하는데, 이혼율은 줄기는커녕 계속 늘어나기만 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그런가 하면, 높은 자리나 힘 있는 자리에 있는 이들의 자녀 결혼식에는 눈도장을 찍으려는 힘없는 하객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거액의 축의금을 놓고 간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 거액의 돈 봉투가 뜻하는 바는 뻔한 것일 테고, 그런 자리에서 진심어린 축하가 오고갈 리는 없을 텐데…우리 미주 한인사회에서는 그런 불합리한 일이 없으리라고 믿는다. 이렇게 보면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기들의 소신대로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결혼식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우리 자녀들이 대견하고 고맙다.
그런데, 우리가 곰곰이 생각해야 할 문제는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가치관의 충돌이 결혼식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부모 세대와는 자라난 사회 환경과 가치관이 다르니, 사회 모든 분야에서 충돌과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미주 한인사회는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한국에서 오는 이민이 현격하게 줄어드는 마당이니 세대교체는 더 빨라질 것이다. 그런데 이 세대교체가 단순히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관의 부딪침이기 때문에 갈등을 최소화하는 지혜와 진지한 대화가 필요한 것이다.
나는 미국에서 자란 우리 2세들의 합리적인 사고방식에 기대를 건다. 2세들이 우리 사회의 주도세력으로 자리 잡으면, 우리 미주 한인사회도 한결 합리적으로 돌아가리라고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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