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과 생각
▶ 김 종 영 <이태리 광학 회장>
사업을 하다보 면 힘들고 어려운 위기도 많이 겪지만,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많다. 그런 보람과 기쁨이 도약과 발전의 원동력이 되곤 한다. 안경 외길 60년 동안 보람을 느낀 일이 많았지만, 내가 사업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10여년 전 ‘칼 자이스’(Carl Zeiss)사와 기술제휴를 맺었을 때이다.
‘칼 자이스’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회사와 기술제휴를 맺게 되다니… 그것도 ‘칼 자이스’ 측에서 먼저 제안해서 이루어진 기술 제휴였으니… 참고로, 미국에서 ‘칼 자이스’와 기술 제휴를 맺은 것은 우리 회사가 처음이었고, 지금도 우리 회사 외에 한 곳이 더 있을 뿐이다. 공식 명칭은 Exclusive Partner다. ‘칼 자이스’에 이어서 프랑스의 안경렌즈 전문 제작회사인 ‘에슬러’와도 기술제휴를 맺었다.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기술과 신념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구나 하는 기쁨에 감격했고, 큰 보람을 느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칼 자이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가장 앞선 기술을 자랑하는 광학기기 제조회사다. 1846년 독일 예나에서 카를 차이스(Carl Zeiss, 1816~1888년)가 자신의 이름을 딴 광학회사인 Carl Zeiss Jena를 설립한 것이 시작이었으니, 올해로 168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안과 기기(안과용 측정기, 미세수술용 현미경, 라식수술 장비 등) 및 의료장비, 광학 및 전자 현미경, 3차원 측정기, 반도체 계측장비, 플라네타리움, 카메라 렌즈, 안경 렌즈 등의 광학제품을 생산 및 판매하고 있는 ‘칼 자이스’가 다루는 분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깊다. 현재 전 세계 30여개국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고, 100여개 이상의 국가에서 영업을 하고 있으며, 독일 외에 유럽, 북미 대륙, 미국, 아시아에서도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한국에서도 안경렌즈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칼 자이스’의 역사가 곧 현대 광학발전의 역사라고 할 수 있겠다. 렌즈는 인류의 삶을 바꾸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발명품이다. 현미경이나 망원경을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현미경을 통해 수많은 의학적 성과가 이루어졌고, 망원경을 통해 우주로까지 꿈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세계를 바꾼 가장 위대한 101가지 발명품’ 목록에도 안경, 현미경, 망원경이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칼 자이스’는 인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기업인 셈이다. ‘칼 자이스’는 안경렌즈 분야에서도 첨단기술을 자랑하며 꾸준히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 오고 있다.
예를 들어, 포인트-포컬 이미징 안경렌즈, 시각적 모호현상을 최소화시킨 Punktal 안경렌즈, 렌즈 표면에서의 반사를 최소화시킨 무반사 코팅기술 등등 많은 신제품들이 ‘칼 자이스’가 이룩한 혁신적 제품들이다. 그런 혁신 덕에 우리는 세상을 한결 밝고 바르게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만약 다른 렌즈회사에는 시력에 맞는 렌즈를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시력이 안 좋으면, 눈물을 머금고 비싼 가격을 지불해서라도 칼 자이스로 렌즈를 맞출 수밖에 없다”고 말하곤 한다.
우리 회사도 기술제휴를 통해 그런 혁신적인 기술개발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칼 자이스’와 기술제휴를 했다고 해서 우리가 그 회사와 동급이 되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아주 작은 한 부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첨단의 회사의 인정을 받으며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데서 얻는 자부심은 매우 크다. 가장 큰 소득은 자신감이다. 실력을 쌓으면 언젠가는 인정을 받을 수 있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그런 영예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교훈도 얻었고, 긴 역사와 전통으로 빛나는 장인정신도 배우고 있다. 돈으로는 얻을 수 없는 큰 소득이요, 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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