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무 경 <건국대학교 병원 대장항문외과교수>
사람은 태어나서 서너 살이 될 때까지는 변을 가리지 못하여 기저귀를 차고 지내게 되지만 문제는 그런 시기를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배변과 관련하여 기저귀를 차거나 속옷을 자주 갈아입어야 하는 경우다.
구체적으로는 직장에 변이 내려와 있는데도 변의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자기도 모르게 속옷에다 배변을 한다거나, 변의를 느끼기는 하지만 화장실에 가기도 전에 급박하게 배변에 이르러 낭패를 보기도 한다. 정상적으로 배변을 하고 뒤처리를 잘 했지만 배변 후에도 조금씩 새어 나오는 변이 있어 속옷을 자꾸 더럽히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태들을 통틀어 변실금이라고 한다.
전체 인구의 10~20% 정도가 이런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조사대상이 되는 집단의 구성에 따라 차이가 크고, 무엇보다도 이런 문제가 있다고 해도 수치심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 빈도는 그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 대개 여자, 특히 분만 경험이 많은 여자일수록 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되어 있지만 남자들도 연세 지긋한 분들이라면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결코 적지 않다.
원인으로 대표적인 것은 항문 괄약근의 기능부전이다. 이런 이상은 고령으로 접어들면서 괄약근이 자연스럽게 위축되어 생기기도 하지만, 분만과정이나 항문수술 중에 괄약근이 직접적인 손상을 입어서 생길 수도 있다. 당뇨병과 같은 대사성 질환의 후유증으로 말단신경의 위축으로 괄약근으로 가는 신경이 손상을 받게 되어 그렇게 되기도 한다. 괄약근 이상이 아니더라도 직장의 감각기능 혹은 저장기능의 이상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치료를 위해서는 항문괄약근의 손상 여부를 보는 경항문 초음파 검사, 항문 괄약근의 기능을 평가하는 항문 내압검사, 괄약근 신경의 기능을 평가하는 신경전도검사 등을 시행하고 결과를 분석하여 적절한 치료수단을 선택한다.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약물치료만으로도 뚜렷하게 호전될 수 있다. 약물치료로 부족하다면 바이오피드백이라고 하는 일종의 학습치료를 적용할 수도 있다.
좀 더 적극적인 것으로는 괄약근 손상부위를 직접 수술로 보강하는 수술치료, 괄약근 주위에 팽창제를 사방으로 주사하여 괄약근을 보강하는 주사치료, 그리고 신경을 자극하는 신경치료 등이 있다. 특정 수단을 경우에 맞게 적절히 선택하여 치료한다면 치료효과는 대체로 양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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