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종 영 <이태리 광학 회장>
▶ 삶과 생각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윤동주 시인이 24세 때 지은 ‘서시’(序詩)의 첫 구절이다. 이 시는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 시라고 한다. 그런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 시를 가장 좋아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실생활에서는 부끄러움을 전혀 모르는 채 아무렇게나 함부로 살고 있는 것 같다.
부끄러움을 아는 나라, 염치를 생각하는 사회라면 배가 바다에 가라앉아 숱한 젊은이들이 희생당하고, 한강 다리가 주저앉고, 백화점이 무너져 내리는 따위의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혹시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해도, 나 혼자 살겠다고 속옷 바람으로 도망쳐 나오지도, 속수무책으로 허둥대지도,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힘과 마음을 모을 것이다.
우리말 사전을 보면 ‘부끄럽다’는 낱말을 ‘(자기의 잘못이나 결점 따위를 강하게 의식하여) 남을 대하기가 떳떳하지 못하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즉, 자기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깨우치는 일이 부끄러움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부끄러움이 곧 사람다움의 근본이라고 가르치셨다. 염치를 모르는 사람을 일컬어 ‘금수만도 못한 놈’이라고 가르쳤다.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보면 부끄러운 일이 너무도 많다. 아마, 누구나 그럴 것이다. 문제는 그런 부끄러운 일들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는 것인데, 이 또한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진심으로 뉘우치기보다 어떻게 하든 그럴듯한 핑계거리를 찾아 합리화시키기에 바쁜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러는 동안 더 부끄러워지게 된다.
특히 오늘날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런저런 핑계거리가 많다. 오늘날 사람들은 결과만 좋으면 그것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돈만 많이 벌면 성공이라고 여기고 부러워한다. 이렇게 결과만 좋으면 과정이야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 때문에 함부로 살게 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철면피가 되는 것이다.
도산 선생께서는 독립자금을 모으는 일에 힘쓰셨지만, 옳지 않은 돈을 절대 받지 않으셨다고 한다. “나라 일은 신성한 일이요. 신성한 일을 신성치 못한 재물이나 수단으로 하는 것은 옳지 아니하오. 민족운동을 하는 자가 도덕적으로 시비를 들어서는 아니 됩니다. 동포가 백만 대금을 의심 없이 맡길 만하고, 과년한 처녀를 안심하고 의탁시킬 인물이라야 비로소 동포의 신임을 받고 또 모범이 될 것이외다. 새로운 나라를 건설할 때에 티끌만큼이라도 부정하거나 불순한 동기나 수단이나 재물이 섞여서는 아니 됩니다”
윤동주 시인이 노래한 대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럽지 않은’ 재물과 마음이어야 한다는 무서운 말씀이다. 우리가 새 나라를 세울 때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부끄러운 일이 되풀이 되는 것이 아닌가.
염치를 알고, 체면을 차릴 줄 아는, 그래서 인간의 기본적 예의를 키지는 마음들이 모여서 인격이 되고, 국격(國格)이 되는 것이다. 부끄러움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세상이 한결 아름다운 곳이 되지 않을까. 부끄러움은 자기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소중한 인간적 가치인 것이다. 부끄럽지 않으려면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이 기본인데, 그게 쉽지 않으니 문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